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오너일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30일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 등 주식매매계약 매도인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최근 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 측의 이행 지연과 계약 해제 가능성 시사 등으로 소송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 회장이 LKB앤파트너스를 자문사로 선정하자 한앤컴퍼니도 화우를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며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한앤컴은 “M&A 시장에서 생명과도 같은 계약과 약속을 경시하는 선례가 생길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운용사로서의 마땅한 책무와 시장질서를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합의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했다. 한앤컴은 “남양유업(003920)의 잠재력에 대한 확신과 당사의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매도인이 언제든 계약 이행을 결심하면 거래가 종결되고 소송도 자동 종료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4일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 논란, 대리점 갑질 사태 등에 사과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오너일가는 지난 5월 27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오너일가 경영권을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를 체결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지난달 30일 예정돼있던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다음 달 14일로 연기했다. 지난 17일 공시된 남양유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자녀도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다음은 한앤컴퍼니의 입장문 전문>
당사는 그동안 많은 기업인들과 상호 존중과 신뢰 속에서 기업인수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 분들 덕분에 창사 이래 단 한차례의 불화도 없이 27건의 경영권 거래를 원만하게 성사하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PEF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던 당사가 8월 23일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등 매도인 측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무거운 마음 금할 수 없으나, 이 사태를 방치할 경우 그것이 나쁜 선례로 남아 앞으로 M&A 시장에서 생명과도 같은 계약과 약속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길 것에 대한 많은 분들의 염려를 엄중히 받아들였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당사의 투자자들의 지지와 격려도 있었습니다. 당사는 이번 소송에 임하여 운용사로서의 마땅한 책무와 시장질서를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 할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변화와 재기를 염원하는 남양유업의 전 임직원들의 희망이 좌절되지 않도록 끝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당사가 위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경위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요컨대, 당사는 지난 몇 주간 협의와 설득을 통해 원만하게 거래종결이 이루어지도록 백방으로 노력하였지만 매도인 측의 이유 없는 이행지연, 무리한 요구 남발, 계약해제 가능성 시사로 인해 당사의 선의만으로는 거래종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 당사자간 수차례의 가격협상을 거쳐 본사 건물과 공장 등 영업용 부동산 및 현금가치를 반영한 매도인 측의 최종 인상안을 당사가 수용하여 3,107억 원의 인수가격(100% 지분 기준 약 5,904억 원(각주[1] 참조), 시가대비 87% 프리미엄)에 주식매매계약을 5월 27일 체결했습니다.
■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결국 현장 실사도 매도인의 협조 하에 예정대로 진행되고 공정거래위원회 승인도 완료되어 거래종결일정이 7월 30일 오전 10시로 확정되었으며, 매도인 측은 당사가 통지한 거래종결일정 및 안건 그대로 7월 30일 오전 9시에 임시주총을 소집하는 이사회를 7월 15일에 열었습니다. 그 후에도 양측 법률 대리인들은 물론 남양유업까지 합심하여 임원선임 및 사임 등기, 상호 증권계좌 확인 등 모든 준비를 7월 30일 거래종결을 기준으로 마쳤습니다.
■ 그런데, 거래종결일이 임박한 시기에 당사는 매도인 측에서 별도의 법무법인을 조용히 선임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거래종결계획에 차질은 없는지 매도인 측에 확인차 문의하였습니다. 그제서야, 매도인 측은 7월 29일 밤 10시경 ‘거래종결일이 7월 30일이라는 통지를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갑작스럽고도 이해될 수 없는 주장의 공문을 당사에 보내고는, 익일 아침 9시에도 당사에 사전 통보나 상의 한 마디 없이 주주총회를 거래종결 기한 이후인 9월 14일로 6주씩이나 연기하였고, 하루 종일 거래종결장소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그 날 후로 매도인 측은 당사의 계속된 문의와 설득에도 2주 이상이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결국 매도인 일가 개인들을 위해 남양유업이 부담해 주기를 희망하는 무리한 사항들을 새롭게 ‘선결조건’이라 내세워 협상을 제안해왔습니다. 나아가 (8월 17일 매도인 측이 언론을 통해 밝힌 입장과는 달리) 8월 3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식매매계약의 해제를 시도해 볼 가능성까지 시사하였습니다.
■ 당사는 위 요구 사항들이 (1) 계약상 근거나 언급도 전혀 없을 뿐 아니라, (2) 상장회사의 53% 남짓한 지분을 매매하는 주체끼리 임의로 정할 수도 없는 사안들이며, (3) 무엇보다, 지배구조 문제로 촉발된 절체절명의 위기를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사활을 걸고 타개함에 결정적 장애가 될 만한 성격의 무리한 요청들이라 판단하여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도인 측은 오늘 이 시간까지도 그러한 부당한 요구들을 철회하지 않고 거래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어 위 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한편, 당사는 그동안 남양유업의 임직원과 대리점, 낙농가 등 구성원의 노력을 현장에서 느끼면서, 남양유업이 현 위기를 극복할 역량이 있는 기업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남양유업에 대한 당사의 인수 의지에는 변화가 없으므로, 앞으로도 언제든 매도인 측에서 계약 이행을 다시 결심하기만 한다면 그 즉시 거래종결이 이루어지고 위 소송도 실질적으로 자동 종료됩니다. 매도인 측이 공언한 약속 및 계약이 이행되어 당사 뿐 아니라 남양유업의 임직원, 소액주주, 대리점, 낙농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고, 남양유업이 당면한 심각한 위기 상황이 조속히 극복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주[1]: 5,904억 원의 인수가(100% 기준)는 근 10년간 지속된 매출축소와 연속 6분기 동안의 영업손실 (약 1,000억 원) 국면을 탈피하여 남양유업의 브랜드 가치 및 영업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투자소요를 감안하였음.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남양유업의 5년 평균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약 12배 수준에 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