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투자방망이 짧게...선진국 주식, 인컴 자산 비중 늘려야

[변동장속 머니무브 2.0] <하> 자산배분 어떻게

각국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 보수적 포지션 취해야

강달러 기조 당분간 지속…달러 표시 자산이 유리

인컴 자산 늘리고, 현금 보유 비중 확대도 고려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7일(현지 시간) 열린 잭슨홀 의회 연설에서 예상보다 온건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공식화하며 테이퍼링 시계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이에 앞서 26일 1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향한 발걸음을 뗐고, 금융 당국도 가계부채 관리를 빌미로한 대출 중단으로 ‘유동성 조이기’에 가세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이전까지 미중 갈등에 더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무력 충돌로 새로운 지정학적 위험도 대두됐다. 전문가들은 올해만 코스피에서 70조 원를 순매수하며 증시의 주체로 떠오른 개인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파티’로까지 표현되는 지난 1년간과는 다른 장세가 펼쳐질 전망이어서 포트폴리오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갑작스레 발생할지 모를 증시 변동성에 따른 자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안전 자산을 확대하고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잭슨홀 의회 연설 이후 첫 거래일인 30일 국내 증시는 코스피는 0.33%, 코스닥은 0.81% 상승했다. 시장이 테이퍼링 일정을 구체화한 파월 의장의 발언을 불확실성은 해소로 받아들인 결과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의회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 개시가 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테이퍼링 착수를 금리 인상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금리 인상의 조건은 더 엄격하다”고 강조하며 조기 금리 인상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당일 미국 증시와 이날 국내 증시까지 상승세를 보이며 다시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증시 분위기 반전에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파월의 발언에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통화정책 변화가 시작되고 경기가 피크아웃한다는 시나리오는 그대로”라며 “단기 유동성이나 현금을 가장 선호하며, 투자를 한다면 달러 표시 자산, 주식으로는 미국 주식이 가장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를 하더라도 호흡은 짧게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 센터장은 “미 연준이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용지표가 개선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통화정책과 관련한 태도가 강경해지며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계했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도 미국 주식이 가장 믿을 만한 투자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부문장은 “미국이 테이퍼링을 하면 이머징에서 먼저 자금을 빼는 상황에서 이머징 국가들이 선제적인 금리 인상에까지 나서는 만큼 이머징 국가 증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경기 확장 국면 지속으로 주식이 채권보다는 나은 상황인 만큼, 국내 주식형과 채권형은 줄이고 선진국 주식의 비중은 조금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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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 부문장은 현금성 자산보다는 인컴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성과에 더 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금성 자산은 금리를 인상해도 수혜를 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주식 저가 매수를 위한 일시성 현금성 자산 외에는 바람직한 대안은 아니다”며라 “중위험 중수익의 인컴 상품들의 비중을 늘리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상원 삼성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 역시 “테이퍼링으로 달러 공급이 줄면 달러 강세로 신흥국 자산의 달러 표시 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는 만큼 달러화 표시 자산이 안전하다”며 “미국 주식을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 펀드와 리츠와 같은 대체 자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증시 약세와 맞물린 강달러 기조가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 1,100원 선에서 지난 20일 1,183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은 위험 자산 선호와 맞물려 전날보다 2원 20전 내린 달러당 1,167원에 마감했지만 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으며 환율의 하방은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문홍철 DB금융투자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배경에는 미국의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 가격과 우호적인 펀더멘털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강달러 모멘텀 전환이 가까운 시일 내에는 어렵다는 의미”라며 “유럽의 경우 부채 부담으로 재정지출 논의가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중국은 부동산 규제를 상쇄하기 위한 인민은행의 완화책이 불가피하며, 국내의 경우 환율의 제1요소인 수출 성장세인데 최근 고점을 친 모습이어서 달러가 약세 전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준의 출구 전략 우려 등으로 인해 미국 달러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가 늘고 있다”며 “최근 낙폭이 컸던 원화는 단기적으로 안정될 수 있으나 연말로 갈수록 달러 강세가 강화되며 달러당 1,200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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