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통과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6년 국회에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6년 만이다. 의료계는 법안 처리와 관련해 총파업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 의료 기관이 의무적으로 수술실 내부에 외부 네트워크와 단절된 폐쇄회로TV(CCTV)를 설치·운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부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CCTV 촬영은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시 환자의 요청으로 진행된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동의하면 녹음도 할 수 있다.
의료진이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도 뒀다. 응급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 밖에 촬영 거부가 가능한 경우는 보건복지부령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의료 기관은 CCTV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하도록 규정했다. 영상의 열람은 수사, 재판, 분쟁 조정 등의 사유로 관계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로 제한된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의료 기관은 CCTV 열람 비용을 요구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법안은 공포 후 2년간 유예된 뒤 시행된다. 촬영 의무화에 따른 의료계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CCTV 설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CCTV 설치를 촉진하고 영세 의료 시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의료계는 개정안에 즉각 반발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는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법 국회 본회의 부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처리를 규탄했다. 앞서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는 20일 국회 앞에서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계가 환자의 건강과 안전, 개인을 해치는 지극히 잘못된 법안임을 계속해서 지적했음에도 정부 여당은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수술실 CCTV 의무화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면서 “헌법 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안 실행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수술 과정을 CCTV로 녹화할 경우 의사들이 응급수술이나 고위험 수술을 회피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의사들의 외과계 기피 현상이 확산해 수술 의사가 부족해질 수도 있다고도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총파업 주장도 제기된다. 전라북도 의사회 관계자는 “의료계의 수술 거부 투쟁이나 코로나19 의료진 철수를 포함, 총파업 등 강경 투쟁에도 나설 수 있다”면서 “의협과 함께 투쟁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