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둔 정부는 예산 전(全) 분야에서 지출을 늘려 잡았다. 매년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되는 보건·복지·고용 분야 총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겼고 청년 특화 예산만 23조 5,000억 원이 배정됐다. 정부는 이런 예산을 바탕으로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 일자리 105만 개를 공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지출 효율성이 너무 낮아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31일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216조 7,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8.5% 증가한 것으로 전체 예산의 약 36%가 복지성 지출에 할애된 셈이다.
항목별로 보면 일자리 예산이 31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2,000억 원 늘어난다. 특히 실업급여 폭증에 따라 바닥을 보이는 고용보험기금에 국민 세금(일반회계 전입금) 1조 3,000억 원을 포함, 총 2조 6,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실업급여 지급 등에 대비해 쌓아두는 고용보험 적립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17년 10조 3,000억 원에 달했지만 이후 매년 급감해 올해 말 4조 7,000억원으로 반 토막 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차입금 7조 9,000억원을 빼면 적자 규모가 5조 2,000억 원에 달해 세금을 동원한 수혈을 결정한 셈이다.
정부는 또 노인 일자리를 84만 5,000개 공급하고 저소득층 자활 근로 지원 인원을 6만 6,000명으로 확대해 공공 일자리 105만 개를 직접 공급할 방침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일종의 ‘세금 알바’를 통해 고용 시장을 떠받치겠다는 것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노인들도 일회성 일자리보다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원한다”며 “내년에는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부가 단기 일자리보다 다른 분야에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더 낫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또 기준 중위소득(5.02%) 인상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최대액을 월 153만 6,000원으로 올리는 한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지원 대상을 5만 3,000가구 늘릴 방침이다. 주거급여도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46%로 1%포인트 확대하고 기준 임대료도 100%로 현실화한다. 이런 소득 보전성 지출은 내년 16조 9,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 6,000억 원 늘게 된다. 배달 기사 등 특수고용 종사자 8만 명에 대한 구직급여를 신규 지원하고 예술인 구직급여 지급 대상도 1,000명 더 늘린 5,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한국형 ‘상병수당(노동자가 질병·부상에 따라 일하지 못할 때 지급하는 수당)’ 시범 사업을 실시해 263만 명에게 110억 원을 지급하고 저소득층 22만 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지원할 방침이다. 출산 가정에 지급하는 초기 아동 용품 구입비(첫만남이용권 200만 원)도 새롭게 책정됐다.
더불어 긴급 복지 요건도 대도시 기준 재산 2억 4,100만 원 이하로 완화해 사회적 안전망을 두텁게 하고 내년 중 22조 9,000억 원을 투자해 공적 임대 가구 21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보건 분야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이 대거 보강됐다. 백신 9,000만 회(국산 백신 1,000만 회분 포함) 구입을 위해 예산 2조 6,000억 원을 배정하고 잔여 백신 이월분 8,000만 회분을 합쳐 누적 백신 확보량을 1억 7,000만 회분으로 늘려 잡았다. 아울러 공공 의료 확충을 위해 대전의료원을 신축하고 권역별로 감염병 전문 병원을 1곳씩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청년 대책에는 23조 5,000억 원이 배정됐다. 올해 20조 2,000억 원과 비교해 16% 넘게 늘어난 지출이다. 청년층에 한해 월 20만 원씩 12개월 동안 월세를 특별 지원하고 월 20만 원 한도의 월세 무이자 대출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청년이 3년 동안 720만 원을 적립하면 만기 때 정부가 1,080만 원을 얹어주는 저축 상품이 신설되고 청년 전용 창업 자금도 2,100억 원으로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