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안태양 "명확한 타기팅이 핵심...공략 대상 정한 후 제품 만들어야"

[이사람]해외진출 성공 비결은

美 판매채널도 월마트·홀푸드마켓 등

회사따라 색깔 달라 세심한 전략 필요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서 푸드컬쳐랩의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권욱 기자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서 푸드컬쳐랩의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권욱 기자




“일반적으로 제품을 만든 후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어디서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할지를 먼저 생각한 후에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 아마존의 칠리 파우더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 ‘서울시스터즈 김치 시즈닝’을 수출하고 있는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는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명확한 타기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만든 제품은 내가 사는 게 아니고 고객이 사는 것”이라며 “고객들의 말과 평가는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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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가 처음 ‘김치 시즈닝’을 만들 때 목표로 한 것은 ‘미국에 진출하겠다’가 아니라 ‘미국의 홀푸드마켓에 가겠다’였다. 안 대표는 “미국의 월마트·타겟·홀푸드마켓만 보더라도 이 세 회사의 색깔이 다 다르다”며 “정확히 어디에 가고 싶고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 시즈닝’은 물류나 창고 비용 때문에 가격이 타 제품보다 비싼 대신 식물성 유산균이 다량 들어 있고 비건 인증을 받아 품질 측면에서 뛰어나다. 상대적으로 가격보다 품질을 중요시하는 홀푸드마켓에는 통할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월마트의 상품기획자(MD)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일본·중국·싱가포르·독일·네덜란드·오만·러시아 등 수출국이 다양해질수록 유통 채널 선정이나 수출을 위한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다. 안 대표는 “사실 한인 마트에만 제품을 판매한다면 해외 진출이 쉬울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 나라의 메인 유통 채널로 가고 싶었기 때문에 현지 기준에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심지어 원재료 중에서도 국가별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것이 있어 제품 자체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집중한다’는 안 대표의 원칙은 제품명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래 ‘김치 시즈닝’은 ‘김치 파우더’였다. 파우더와 시즈닝을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뜻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안 대표가 미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시즈닝과 파우더를 대하는 고객들의 반응이 달랐다. 같은 제품에 ‘김치 파우더’라는 스티커를 붙였을 때는 음식에 뿌려 먹지 않았는데 ‘김치 시즈닝’을 붙였을 때는 자연스럽게 음식에 제품을 뿌려 먹었다. 파우더는 요리해서 먹는 가루, 시즈닝은 다 된 요리에 뿌려 먹는 가루라는 뉘앙스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탓이었다. 안 대표는 “이때 한 테스트를 통해 우리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그때까지 찍은 동판을 전부 교체해 제품에 붙일 스티커를 새롭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제품명이 ‘김치 파우더’가 되면 제품을 구매하지도, 실제 이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안 대표는 미국에 진출할 때 첫 판매 채널로 아마존을 선택한 이유도 전략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치 시즈닝’은 대기업이 아닌 직원이 달랑 두 명뿐인 작은 회사에서 만든 제품에 불과했다. 안 대표는 “무엇보다 식품은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큰데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방법은 ‘리뷰’라고 생각했다”며 “리뷰를 빠르게 쌓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아마존이었다”고 설명했다.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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