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하자 게임업체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가 “나는 한국인”이라며 환호했다.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인앱결제 수수료를 두고 소송 중이다.
지난 31일(현지 시간) 스위니 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이 오픈 플랫폼을 권리로 인정해 디지털 상거래의 독점을 중단시켰다”며 “전 세계 개발자들이 자랑스럽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외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표현은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유명 연설인 ‘나는 베를린 사람이다’를 패러디한 것이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자사 게임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애플은 에픽게임즈가 규정을 위반했다며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했다. 이후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벌였고, 팀 쿡 애플 CEO까지 법정에 출석했다. 현재 두 회사는 모든 공판 절차를 마무리하고 1심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앱 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즉 애플이 일부 예외를 제외한 모든 iOS 앱에서 자사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쓰도록 강제하고, 앱 판매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스위니 CEO는 “45년 개인 컴퓨팅 역사에서 중대한 기념비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평가했다.
한국의 이런 움직임은 비슷한 법안이 발의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미국 상원에는 이용자 5,000만 명 이상 보유한 앱마켓을 보유한 회사가 앱마켓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개 앱 장터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을 주도한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은 한국의 법안 통과 소식에 “한국은 앱 생태계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미국도 뒤처질 수 없다. 단호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