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게임을 많이하면 머리가 좋아질까 나빠질까

[책꽂이] ■게임하는 뇌-이경민 외 지음, 몽스북 펴냄





인간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 뇌는 극히 일부 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평소에 대부분의 신경세포 간 연결은 잠에 빠져 있는 것처럼 억제돼 있다. 그렇다면 게임을 하는 동안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게임과학연구원장인 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책 '게임하는 뇌'에서 게임은 평소에 쓰지 않던 신경 세포의 연결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활성화해 준다고 말한다. 게임을 할 때 우리는 재미도 얻고, 머리도 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인지과학, 심리학, 의학, 게임공학 등의 연구를 통한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게임 중독, 사회성 결여 등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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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할 때 인간의 뇌 가운데 행동을 일으키는 신경망, 정확히는 '시냅스'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숨어 있거나 억제되었던 연결망이 발현되거나 기존 연결망의 효율이 변화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뇌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결성을 계속 유지하도록 뇌를 보호하는 일이다.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은 이런 신경 연접이 점점 약해지거나 없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에는 재활 치료의 방편으로 게임에 주목하는 연구도 늘고 있다. 핀란드의 한 연구진은 오락용 게임과 기능성 게임이 비슷한 인지 재활 효과를 제공한다고 밝혔으며, 이스라엘에서도 만성 뇌졸중 게임과 훈련용으로 개발된 기능성 게임이 동등한 재활 효과를 지닌다는 점이 입증된 바 있다. 대안 치료를 위해 게임을 활동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책은 청소년기 게임이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이경민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생과 비서울대생을 대상으로 청소년기의 여가 시간 활용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생은 상대적으로 게임을 적은 빈도로, 더 짧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른 여가 활동 시간 역시 짧았는데, 이는 이 학생들이 높은 자기 통제력으로 눈 앞의 즐거움보다 학업을 우선시했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자기 통제다. 게임에서 스스로를 성공적으로 통제한 학생은 높은 학업 성취도를 이루며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저자는 "게임을 하면 '똑똑해진다'거나 '머리가 나빠진다' '호전적인 사람이 된다'와 같이 일반화를 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초기 인식과 달리 게임이 제공하는 인지적 이점에 대한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게임을 양지에서 지도해 나가는 사회적 분위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만6,8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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