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소멸위기' 지방대, 수시모집에 사활

신입 충원 부진에 생존전략 마련

AI전문 호남대 '등록금 제로' 선언

충남·공주대, 세종공유대학 설립

광주·전남 15곳은 혁신사업 추진

한밭대학교 전경한밭대학교 전경




호남대학교 전경호남대학교 전경


“학생 모집을 위한 입시 관련 회의를 한 번 진행하면 보통 3~4시간이 걸립니다. 해법이 없으니까 회의가 길어지는 것이죠. 수시전형을 앞둔 요즘 지방대학이 그런 상황입니다.”



2일 전남 지역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내년에도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빚어질 게 뻔한데 미달 인원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 될 걸로 보인다”며 최근 지방대학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대학을 살리는 특별한 대안이 있었다면 지금 같은 위기상황이 왔겠느냐”며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수시전형 정원을 채우는 게 1차 목표”라고 덧붙였다.

오는 10일부터 일제히 2022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 들어가는 지방대학이 수시전형 학생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광주·전남·경남 등 남부지방 대학들은 적게는 수십 명부터 많게는 수백 명까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혹독한 현실을 경험한 터라 긴장을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알리미에 공시한 전국 224개 4년제 대학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대학의 미충원 인원(정원 내 기준)은 총 1만6,432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비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으로 대구, 충북, 부산, 울산 등에 위치한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 100%를 달성한 대학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대학일수록 충원율을 채우지 못해 이른바 ‘벗꽃 피는 순으로 대학이 소멸한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신입생 충원을 위해 그야말로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게 지방대학의 현실이다. 지자체가 앞장서 지역대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캠퍼스 토론회를 열기도 했지만 등록금 동결, 수험생 수도권 집중화, 학령인구 감소 등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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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방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혁신방안을 속속 발표하며 수시전형 전략을 펴고 있다. 광주에 위치한 인공지능(AI) 특성화대학인 호남대는 내년 수시모집에서 장학제도를 대폭 확대해 ‘신입생 등록금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소득분위 7~8분위 학생들까지 주는 국가장학금 350만 원에 추가로 학생장학금을 편성해 사실상 신입생들의 등록금 전액 면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능 백분위 성적 350점 이상의 학생에게는 4년(8학기) 등록금 전액을 감면해 주고 1년간 매월 30만 원씩 총 360만 원의 학업장려금도 지급한다.

대전 한밭대는 4차 산업혁명 대응 특화교육을 위한 ‘신기술특화센터’, 스타트업 인재 육성을 위한 ‘SUIT’,‘ HBNU 인재 인증제’ 등 산학 협력 대표 브랜드를 개발해 대내외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충남대·공주대와 세종시 공동캠퍼스에 세종공유대학도 설립해 공유대학에서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모바일융합공학과·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지능미디어학과 등 첨단 학과를 신설해 AI·ICT 특성화대학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부산 동서대는 부산·경남지역의 발전 방향과 특성에 초점에 맞춘 영화·영상 콘텐츠, 디자인, 글로벌비즈니스, IT융합 등의 특성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경우 막강한 교수진과 차별화된 교육방식에 더해 영화·영상과 관련한 최신 시설과 기자재를 갖춰 현장 중심의 맞춤형 실무교육을 펼치고 있다.

곧바로 실무에 투입 가능한 AI·소프트웨어(SW)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집중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 호프국제대, 중국 중남재경정법대 등 이른바 ‘G2 국가’에 캠퍼스를 마련했고 43개국 239개 이상의 유수 대학과의 협력체계를 통해 글로벌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지자체도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경북도는 대학별로 특성화학과를 집중 육성해 지방대학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산업 연계형 대학 특성화학과 혁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공모를 통해 경운대(항공교통물류학과), 대구대(에너지시스템공학과), 동양대(베어링특성화전공), 대구한의대(K-뷰티비즈니스전공), 동국대 경주캠퍼스(자동차소재부품융합전공) 등 5개 대학을 선정했다. 이들 대학에는 대학별로 5년 간 도비 등 24억 원이 지원된다.

전남도와 광주시도 정부 공모사업으로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 사업’을 추진한다. 양 시·도가 협업해 신청한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은 국비 등 686억 원을 투입해 지방대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에너지 신산업과 미래형 운송기기 2개 핵심 분야에서 전남대를 총괄 대학으로 두고 광주·전남 15개 대학과 광주·전남테크노파크 등 유관기관이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


광주=김선덕 기자 ·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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