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현대차그룹 '전력 반도체' 내재화...매그나칩과 협력

獨 인피니언 의존 벗어나 기술 자립

차세대 SiC 소재 기반…연비향상 기대

실제 반도체 생산할 파운드리 역량 확보는 과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에 쓰이는 전력 반도체 내재화에 나섰다. 차량에 들어가는 수백 종의 반도체 중 일부지만 국내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에 장착되는 핵심 반도체 내재화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라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의 첫 제품으로 차세대 소재인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 반도체(700~1200V)를 개발해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설계 작업을 주도했으며 국내 중견 반도체 업체 매그나칩반도체 등 복수의 업체와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전력 반도체를 내년 2분기에 출시될 신차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이 반도체를 독일 인피니언에 전량 의존해왔다. 현대차 측은 “양산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개발 중인 전력 반도체는 구동 모터에서 전기에너지를 변환하는 핵심 부품인 파워모듈에 SiC라는 차세대 소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전까지 가격이 저렴한 실리콘(Si) 소재를 써왔으나 150도 이상 고온에서 반도체 성질을 잃는 단점이 있다. SiC는 고전압·고전류·고온에서 작동이 가능해 700V 이상 고전압 시스템을 쓰는 전기차의 전력효율을 올리는 데 적합하다. 효율을 높이는 데는 저항을 줄여 열 발생을 줄이고 발생한 열을 잘 빼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Si 대비 SiC의 전력손실 감소량은 약 5~6% 정도이며 소형화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최대 10% 수준의 연비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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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점 때문에 SiC는 전기차 시대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테슬라는 지난 2018년 모델3에, 도요타는 2세대 연료전지 전기차 미라이에 SiC 반도체를 적용했다. 현대차는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의 주 구동 모터인 후륜 모터의 인버터에 인피니언의 SiC 전력 반도체를 수입해 쓰고 있다.

현대차의 전력 반도체 개발은 인피니언에 전량 의존해온 기술을 내재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술 장벽이 매우 높고 국가적으로도 전략 기술로 생각되기 때문에 소수의 선진국 기업들만 독점하고 있는 구도다. 현대차는 2018년부터 내재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해외 업체들의 촘촘한 특허망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을 적용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범용 제품이 아닌 자사 전기차에 최적화된 전력 반도체를 쓰게 되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반도체 내재화는 전략물자로 부상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성장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SiC 전력 반도체는 품귀 수준을 넘어 공급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기존 내연기관차가 한 대당 200~300개의 전력 반도체를 탑재했다면 전기차 등 미래차에는 최소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설계 내재화를 반기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역량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의 경우 적은 생산량으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렵고 인증·투자 비용이 높다. 차량용 반도체가 최근 기능별 고성능 칩으로 통합될 것이 예상되면서 70%의 시장점유율로 1위에 오른 TSMC의 지배력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경쟁자들은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완성차와 파운드리 간 협력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해 포드·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할 예정으로, 추가 공정 설립 없이 기존 공정에 차량용 제품을 더하는 방식으로 9개월 내에 양산할 계획이다. 일본도 도요타·덴소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지분 투자 및 팹리스 합작사인 미라이즈를 설립했으며 정부 주도로 공급망 위험 관리에 나섰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진정한 의미의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서는 자동차 전용 공정·협력을 통한 국내 파운드리 육성이 절실하다”며 “12인치 반도체 원판(웨이퍼) 공정이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는 삼성전자 외에 파운드리 공정이 없는 상황이라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협력 중개와 다른 파운드리 기업의 수요 기반의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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