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아프간에 7개월 아기 혼자 남았습니다”…영국인 아빠의 '호소'

아프간인 아내 비자문제로 영국 간 사이에 탈레반 점령

아기는 여권 발급 지연으로 아프간에 두고 부부만 떠나

미 공항 도착한 아프간 피란민 가족들이 안도하는 표정으로 버스를 타러 가고있다. /연합뉴스미 공항 도착한 아프간 피란민 가족들이 안도하는 표정으로 버스를 타러 가고있다. /연합뉴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이후 생후 7개월 된 아기가 부모와 떨어져 아프간에 혼자 남게 된 사연이 공개됐다.



2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인 A씨과 아프간인 아내 B씨는 지난 1월 아프간에서 딸을 출산했다. 원래 영국에서 거주했던 이들 부부는 탈레반의 위협이 도사리는 아프간이 아닌 영국에서 아기를 낳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잠시 아프간에 갔던 아내가 현지에서 영국 신분증을 분실했다. 결국 아내는 출산 전에 영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 A씨 역시 아내 곁에 머물기 위해 지난 12월 아프간에 입국했다.



지난 3월, 아기를 낳은 뒤 부부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기의 영국 여권을 신청했다. 그런데 아기의 여권 발급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이후 5월 아기를 아프간에 있는 B씨의 친정집에 맡기고 B씨는 영국 비자 갱신을 위해 영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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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능통하지 못한 아내를 위해 남편 A씨가 함께 영국으로 돌아가 비자 발급을 도왔다. 하지만 아기의 경우 영국 여권이 발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국 입국이 거부됐다.

아기의 여권 발급이 지연되는 와중에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함락시키며 아프간 전역을 점령했다. 아기의 여권은 지난달 29일이 되어서야 발급 됐다. 하지만 이미 카불 국제 공항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이 끊긴 상태였다. 결국 부부는 아기를 데릴러 아프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프간에서 아기를 돌보고 있는 외조부모는 영국·미국군을 도운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들은 탈레반의 보복을 심히 우려하는 상황이다.

A씨는 “여권 발급만 제 시간에 됐다면 딸은 지금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며 영국 정부가 아기의 여권 발급을 빨리 해주지 않은 상황에 대해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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