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김형철의 철학경영]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155>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잘되는 식당은 항상 주인이 손님 맞고

머릿수만 채운 회사는 오래가지 못해

주인의식 갖고 나자신을 위해 일하면

공동 이익 달성…파이도 키울 수 있어

전 연세대 교수전 연세대 교수




얼마 전 어머니를 뵈러 부산에 갔다. 가끔 시간 나는 대로 가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마음대로 잘 안 된다. 굳이 이유를 말하라면 바빠서가 아니라 마음이 철석같지 않아서다.

“여보, 올라올 때 돼지 불고기 20인분 사가지고 오세요.” 사모님으로부터 긴급 명령이 떨어졌다. TV 먹방 프로그램을 보다가 갑자기 어머니 집 앞에 있는 식당 생각이 난 거다. 그때가 오후 8시 15분이었다. 부랴부랴 400m 떨어진 식당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다. 원래 단골로 가던 집은 불이 꺼져 있다. 4단계라 9시면 문을 닫아서 그렇구나. 포기하고 돌아서려다가 그 집 동생이 한다는 옆집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침 종업원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이 가게 앞에 서 있어서 물었다. “지금 여기 문 열었나요?” “지금은 주문이 안 됩니다. 내일 아침에 오세요.”




아 역시 오늘은 안 되는가 보다. 포기하려는데 식당 안 계산대 앞에 한 60세 정도 돼 보이는 중년 남자가 보인다. 뭔가 계산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주인임이 틀림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 지금 돼지 불고기 되나요?” “여기서 드실 건가요? 그건 좀 곤란한데.” “아뇨. 포장해 갈건데요.” “몇 인분요?” “20인분.” “아 포장은 됩니다.” “야 2층에서 인순이, 정순이, 순자 다 빨리 내려와라. 여기 손님 왔다.” 5명이 돼지 목살 불고기 20인분을 후다닥 다 구워냈다. 나중에 주인이 퇴근하면서 배달까지 해주고 갔다. 아. 역시 주인이 다르구나. 이래서 식당이 잘 되려면 주인이 나와 계산대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들 얘기하는구나. 이게 비단 식당만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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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신령이 갑자기 나타났다. 부부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둘이 같이 다니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이는구나. 너희가 꼭 원하는 소원 하나를 들어줄 테니 말해 보아라.” 남편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비단 1,000필만 주시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부인이 소원을 바로 수정한다. “1,000필은 절대 아니 되옵니다. 딱 100필이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산신령이 사라지고 난 뒤에 남편이 소리친다. “당신 정신 나갔어. 왜 소원을 10분의 1로 축소하는 거야. 반드시 들어준다는데.” “여보. 우리한테 1,000필 생기고 나면 당신은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기 시작할걸.” ‘부부는 동심 일체다’라는 것은 역시 옛날에도 실천하기 힘들어서 하는 말인가 보다. 2,500년 전 중국 철학자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 옛날 유행가는 기억하기가 참 쉽다. 그런데 요즘 유행가는 가사 내용도 잘 모르겠고 멜로디는 더더군다나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내가 늙어서 그런가 보다. 그나저나 앉기만 하면 진짜 다 주인인가. 주인 의식을 가져야 주인이지. 그럼 무엇이 주인 의식인가. 주인 의식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모두 하나되는 마음이다.” 주인 의식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계급의식과는 다르다. 계급 이익을 개인 이익보다 우선하는 것이 계급의식이다.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목표를 향한 마음으로 같이 뛰는 것이 주인 의식이다.

명실상부하게 공산주의를 실현한 유고슬라비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문자 그대로 노동자가 주인이다. 처음에는 잘 나갔다. 그러다가 경제가 점점 어려워진다. 원인을 분석해봤다. 잘 안 되는 회사에는 아무리 구인 공고를 내도 아무도 안 간다. 잘 나가는 회사는 어떤가. 구인 공고 자체를 아예 내지 않는다. 그나마도 직원들 알음알음으로 아는 사람(자식·친인척)만 뽑는다. 잘 안 되는 회사는 인원 보충이 안 되니 점점 더 안 되고, 잘 나가는 회사는 인원 보충을 안 해서 딱 거기서 머물다가 시들기 시작한다. 주인 의식이 없는 임자들이 의자에 너무 많이 앉아 있어서 그렇다. 남편을 신뢰하지 않는 부인이나 한눈파는 남편이나 둘 다 주인 의식이 없다. 그래서 파이를 키우지 못한다. 셈법이 제각각인 식당 주인과 종업원도 마찬가지다. 조직을 위해 일하지 마라. 자신을 위해서 일하라. 단 주인 의식을 가지고서 말이다.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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