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고 퇴사자 상당수가 A실장의 폭언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네이버 노조)
“노조가 저와 현 재직자들에게 사실 확인을 했는지 묻습니다. 명확하지 않은 증언이 기사화 돼 회사 및 개인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상태입니다.” (A실장)
네이버가 운영하는 공익재단 ‘해피빈’에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을 두고 회사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노조는 오랫동안 A실장의 폭언에 다수 직원들이 고통을 받았고 최인혁 재단 대표가 방관하며 부조리를 묵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당사자인 A실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노조가 일방적인 주장만 토대로 의혹을 제기했다고 맞서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지난 2일 해피빈에서 일어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조사해 달라고 고용 당국에 진정을 접수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총 15명이 해피빈을 떠났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A실장 때문에 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측은 A실장이 회의 중 소리를 지르거나 손찌검을 하고,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직원까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들이 피해 사실을 최 대표에게 알렸지만 최 대표는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고 했다.
네이버는 지난 5월 본사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한 40대 직원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고용당국을 비롯해 네이버 자체 조사 결과 실제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당시 관리 책임자로 지목된 최 대표는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최 대표는 해피빈과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수개월 전부터 관련 제보가 이어졌고 해당 조직 내에서는 개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느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해당 법인의 대표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부에서 객관적인 조사가 진행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게 됐다”고 했다.
다만 앞선 괴롭힘 사건과 달리 이번 논란에서는 가해자가 적극 나서서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A실장은 직접 반박 입장문을 내 “노조에서 괴롭힘 내용을 언론사에 전달했는데 저와 현 해피빈 재직자들의 사실 확인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재직자가 20명밖에 안 되는 작은 조직이어서 충분한 사실 확인이 가능했을 것인데 이러한 절차 없이 기사화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피빈 재단과 네이버에 요청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기관을 통해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를 조속히 밟아 달라”고 했다.
또 네이버를 비롯한 해피빈 재단 사내 게시판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A실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이 8년 동안 해피빈에서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업무상 실수하거나 잘못한 일에 대해 A실장에게 지적 당하기도 했지만 한 번도 모욕감을 느낀 적이 없다”며 “노조는 현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오히려 퇴사한 팀장 중 비상식적인 업무태도와 직원 폄훼로 다른 직원들을 그만두게 만든 이들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퇴사한 팀장이 악의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노조에 증언했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상반된 상황이라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