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붙은 채 태어난 이스라엘의 샴쌍둥이가 12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 보게 됐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NBC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이스라엘 남부 베에르세바의 소로카대학병원에서 50명의 의료진이 참여한 가운데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머리뼈와 피부가 붙었지만 뇌는 완전히 붙지 않은 상태여서 이번 수술 후 보통사람과 같이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술을 진행한 소로카 병원 소아신경외과 국장인 미키 기디언 박사는 이스라엘 뉴스 사이트 이넷과 인터뷰에서 "희귀하고 복잡한 수술"이었다며 이스라엘 첫 분리 수술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울고 웃는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가족이 아기를 따로 안아볼 수 있게 됐다"면서 "쌍둥이들이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술은 신경외과, 성형외과, 소아 집중 치료, 뇌 영상촬영 등 여러 분야 전문의의 의견을 종합해 이뤄졌다. 또 샴쌍둥이 분리 경험이 있는 런던과 뉴욕 출신 전문의 2명도 수술에 참여했다. 런던에서 온 소아신경외과의 노울룰 오와세 질라니 박사는 "수술이 잘 됐다"며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이스라엘팀들이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샴쌍둥이 다섯을 분리한 자선단체 '제미니 언트윈드'의 설립자인 질라니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한 모든 아이와 가족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분리 수술을 받은 샴쌍둥이는 지난해 8월 머리 뒤와 옆 부분이 붙은 채 태어났다. 의료진은 쌍둥이의 상태를 몇 달간 관찰하고, 수개월 간 수술 준비 기간을 거쳤다. 또 3차원(3D)과 가상현실(VR) 모델을 통해 뼈, 혈관, 뇌막 등을 분리하는 최선의 방법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했다. 쌍둥이들은 수술 후 분리된 부위를 덮을 수 있도록 피부와 조직 확장제도 투여받았고 인공 뼈도 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쌍둥이의 아버지는 "그들은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다"며 "손과 발 등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술이 아기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아이들을 하나씩 안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감동적이다"고 밝혔다.
아기들은 수술 후 하루 정도 인공호흡기에 의존했으나 이틀째부터는 스스로 호흡이 가능해졌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의학적으로 크라니오파구스 쌍둥이로 알려진 머리 부분 샴쌍둥이는 극히 드물다. 제미니 언트윈드에 따르면 크라니오파구스 쌍둥이는 매년 약 50쌍이 태어나고, 생후 30일 이후 생존하는 쌍둥이는 15쌍에 불과하다. 2019년에는 질라니 박사를 포함한 100명의 의료진이 50시간 이상의 수술 끝에 샴쌍둥이를 분리해 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