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군서 괴롭힘 끝 '극단 선택'…軍장병 인권 또 허점 드러나

신고·보호조치 요청 불구 묵살

군인권센터 "상부 방치로 숨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 강감찬함 소속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 강감찬함 소속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임병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해군 장병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시민 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성폭력 피해 여군 부사관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면서 정부와 군이 군내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허점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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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는 7일 기자회견에서 해군 3함대 소속 강감찬함에 배속된 정 모 일병이 선임병들로부터 집단 따돌림과 구타·폭언 등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또 피해자가 괴롭힘을 당하던 중 함장 등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방치됐으며 이번 사건 책임자 등에 대한 부실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센터는 “해군 3함대는 함 내 관계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기는커녕 함장·부장 등을 인사 조치 없이 청해부대로 보냈다”며 “해군은 즉시 가해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고 강감찬함 함장·부장을 소환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해군은 “사망 원인 및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 부조리 등에 대해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인 정 일병은 지난해 11월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했으며 올해 2월 강감찬함에 전입했다. 전입 후 열흘이 지나서 부친의 사고로 간호를 위해 2주간 청원 휴가를 갔다가 복귀했고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지난 3월 9일까지 격리 조치를 받았다. 인권센터는 정 일병이 부대 복귀 후 선임병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선임병 두 명이 갑판 근무 중 실수를 범한 정 일병을 밀쳐 넘어뜨리고 ‘뒤져버리라’고 했으며 이 밖에도 승조원실에서의 폭행을 비롯해 피해자에 대한 집단 따돌림이 있었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센터에 따르면 정 일병은 3월 16일 함장에게 휴대전화 메신저로 선임병들의 폭행·폭언을 신고하고 비밀 유지를 요청했지만 함장이 피해자를 선임병들에게서 분리하는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피해자가 3월 26일 함 내에서 자해 시도를 했는데도 함장은 ‘가해자들을 불러 사과받는 자리를 갖는 게 어떻겠냐’며 정 일병을 선임병들과 마주 앉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일병은 4월 6일에서야 함장으로부터 하선 및 민간 병원 위탁 진료 조치를 받았다. 이후 6월 8일까지 입원하고 퇴원해 휴가를 받았으나 귀가 후 6월 18일 자택에서 숨졌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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