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중독, 누구나 빠지는 악순환 고리…스스로 깨달아야 벗어난다

■불안이라는 중독

저드슨 브루어 지음, 김영사 펴냄





코로나19 이후 바깥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늘어난 것이 있다. 끊지 못하는 야식과 밤마다 마시게 되는 술, 전보다 더 잦아진 인터넷 뉴스 확인과 온라인 쇼핑, 흡연 등이 대표적이다. 혹시 가족이 아프지 않을까, 내 일자리에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행동들이다. 폭식이나 흡연, 음주 등이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독 심리학 분야의 세계 권위자인 저드슨 브루어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는 신간 '불안이라는 중독'에서 코로나19 시대에 불안으로 망가진 일상을 회복하고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알코올, 초콜릿, 카페인, 스마트폰 등 불안한 현대인들이 빠져들기 쉬운 중독 물질과 나쁜 습관으로 굳어지는 뇌의 중독 매커니즘을 설명하며 불안 중독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 ‘중독’이라고 하면 알코올, 마약, 도박과 같은 불법적인 일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저자가 말하는 중독은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쇼핑과 컴퓨터 게임, 그리움, 망상, 소셜미디어 확인, 걱정 등이 현대인들의 대표적인 중독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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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다. '불안하다(촉발인자)-먹는다(행동)-불안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도망친다(보상, 결과)'로 이어지는 습관 고리가 불안에서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오히려 불안을 악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나쁜 습관을 만들어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동,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먹는 행위가 여기에 포함된다. 저자는 불안을 치유하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키며 평생을 걱정만 하다가 보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불안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불안 장애를 겪으면 대개 신경이 곤두서고 안절부절 못하며, 쉽게 피로함을 느끼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증상 만으로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불안 증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불안은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불안 증상을 의학적으로 진단하기 까다롭다는 것이다.

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불안 수준이 급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은 코로나19처럼 전염성이 강해 불안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자극하고 촉발할 수 있다. 이러한 불안의 '사회적 전이'가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급속도로 일어났다고 추론하기는 어렵지 않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4월 미국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응답자의 13.6%가 심한 정식적 고통을 호소했는데, 이는 2년 전(3.9%)보다 무려 250%나 증가한 수치다.

저자는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으로 '이해-호기심-재설계'라는 프로세스를 제안한다. 가장 먼저 스스로를 괴롭히는 중독이 어떻게 촉발되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이 장기적으로는 우리를 더 많은 불안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뇌는 중독이라는 나쁜 습관을 버리고 대체 행동을 통해 새로운 좋은 습관을 형성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다. 그렇게 나쁜 습관 고리를 끊어내고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불안과 중독, 욕망에 시달리는 삶이 아닌 자기 조절과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한 방법으로 소개하는 호흡법과 레인 수행법, 알아차림 수행 등은 불교식 명상과 비슷하다. 대학 때부터 공황발작에 시달리다가 오랜 시간 이어온 명상을 통해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저자는 “불안한 사람들은 닥쳐올 문제를 끊임없이 걱정한다. 그러나 걱정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우리를 중독의 늪에 빠지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한다. 1만7,5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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