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내부고발'-'정치공작'…與野, 프레임전쟁에 사활걸었다

윤석열 '고발 사주' 논란 확산 속

국민의힘 "국정원發 공작" 규정

민주 "코너에 몰리자 국면 전환"

"檢개입 여부 규명이 사건 본질"





프레임에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진실을 얘기해도 소용없다. 더 강도가 센 역프레임으로 맞서면서 주도권을 쥐려는 이유다. 윤석열 ‘고발 사주’ 논란이 딱 그런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12일 대선 주자인 윤 예비 후보와 김웅 의원이 연루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국정원발(發)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돌입했다. “사실관계부터 파악하겠다”던 당 지도부는 이날 입장을 바꿔 ‘박지원 게이트’로 규정하고 해임까지 촉구했다. 여권은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지만 국정원까지 사건에 등장하면서 정쟁의 규모만 커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내부 분열, 내부 고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결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의 핵심인 검찰의 고발장 작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조기에 내 정쟁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원과 조성은 사이의 커넥션, 이 ‘박지원 게이트’라고 부를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진 배경에 강한 의심이 간다”며 “정치 공작, 선거 공작의 망령을 떠오르게 하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제보자인 조 씨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이 사건을 제보한 지난 7월과 실제 보도된 9월 사이에 박 원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만약 조 씨가 국정원에 출입한 것이 확인된다면 그가 정치 공작의 행동 대원일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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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던 이준석 대표도 이날 돌변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폭로자로 지목되는 사람을 만난 것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공수처의) 피의자로 입건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감쌌다. 윤 후보 캠프의 장제원 상황실장은 한발 더 나아가 “(제보자) 조 씨는 박 원장의 사실상 정치적 수양딸”이라며 박 원장을 13일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이 군사작전식 ‘박지원 게이트’ 공세를 들고 나오자 여당도 반발하고 있다. 코너에 몰린 야권이 정치 공작 프레임을 씌워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정치 검찰의 고발 사주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는 국정원장까지 끌어들여 황당한 물타기를 시도한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로 범죄를 감출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왼쪽),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고발 사주 의혹의 정치공작 가능성 등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윤석열(왼쪽),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고발 사주 의혹의 정치공작 가능성 등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제는 총선 고발 사주 의혹이 정기국회를 잡아먹을 태풍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이 정치 공작 프레임을 들고 나오면서 13일 국회에서 열리는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과의 정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가 이 사안을 두고 정치 공방을 계속할 경우 9월 국회에서 민생 법안 심사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수사에 돌입한 공수처가 전직 검찰총장 출신의 유력 야권 대선 후보와 국정원장까지 등장하며 커지는 블록버스터급 스토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건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고발장을 작성했거나 개입했는지만 밝히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와 전달했다고 알려진 김웅 의원, 전달자로 나온 조 씨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검찰이 실제로 작성했다면 정치 개입이자 국기 문란이 되는 것이고 안 했으면 정치 공작으로 누가 공작했느냐가 남는 것”이라며 “계속 새 의혹이 나오기 때문에 공수처가 빨리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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