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사회복지 부문에 관한 대선 후보와 유권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사회복지는 모든 유권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분야로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 성향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복지 분야 선거공약이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정책 과제보다는 단발적으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약속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다수 선진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 만들기 경쟁을 하기 시작해 지난 1970년대 정점을 이뤘다. 그러나 두 차례 석유 파동과 인구 고령화로 복지 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1980년대부터는 제도 개혁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영국은 1990년대 후반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복지와 일자리를 연결하는 ‘일자리 복지(welfare to work)’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는 사회 금융 시장 육성을 통해 사회복지 분야에서 사회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복지에 기술을 접목시켜 복지 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를 기반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역점을 두는 이른바 ‘유연안정성(flexicurity)’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복지 사업을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초의 범정부 차원 복지 청사진은 필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1995년 설치한 ‘국민복지기획단’에 의해 설계됐다. 그 내용은 이를 수립한 김영삼 정부는 물론 외환위기 상황에서 집권한 김대중 정부에서도 그대로 집행됐다. 김영삼 정부의 ‘균형적 복지국가’ 그리고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국가’라는 국정 목표는 복지와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기본 방향이었기 때문에 복지 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기획한 ‘비전 2030’은 복지 재정 규모 자체에 역점을 두고 복지국가의 지향점을 복지 재정 위기 이전의 ‘유럽형 복지국가’로 설정함으로써 복지 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현실화했다. 그 후 치러진 여러 차례 선거에서 복지 공약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비전 2030’의 기본 틀은 보수와 진보 정치권 모두가 공유하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에 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복지 재정의 효율성과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정책 아이디어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 추진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와 사업은 뚜렷한 전략이나 청사진 없이 양적 확대 위주로 시행됐기 때문에 효율성이 낮아 대대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와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존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복지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집권 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는 후보와 정치 세력의 등장을 기대한다.
다음으로 ‘일자리 복지’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고용 행정과 복지 행정을 일원화하고 사회부총리 역할을 신설될 가칭 고용복지부 장관이 맡아 저출산·고령화·자살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가 사회복지 기능을 전담하는 기존의 ‘유럽형 복지국가 모델’을 넘어 모두 함께 만들고 누리는 ‘한국형 복지사회 모델’을 목표로 삼아 새로운 복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을 활성화하고 이를 사회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가장 잘하는 자’에게 재정 지원이 이뤄지도록 사회 금융 시장을 적극 육성·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개개인이 역량을 갖춘 민주 시민으로서 자원봉사, 재능 기부 등의 나눔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사회복지 분야에 경제와 경영 개념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도 활용해 ‘스마트 복지’가 구현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
2022년 대선이 정부 재정의 위기를 초래하는 선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튼튼한 복지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전환점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