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헤알화 가치 우하향 10년…동국제강 브라질 CSP제철소는 괜찮을까 [서종갑의 헤비뉴스]

브라질 재정 악화·정권에 대한 시장 불신 등 헤알화 추가 하락 가능성

동국제강 “브라질 정부 통화량 감축·물가 관리 총력”…추가 환차손 제한적

CSP제철소 둘러싼 철강 시황은 우호적, 미국 인프라 투자·브라질 판매 ↑

동국제강이 투자한 브라질 CSP제철소 전경./사진 제공=동국제강동국제강이 투자한 브라질 CSP제철소 전경./사진 제공=동국제강



우하향하는 헤알화 가치…동국제강(001230)의 유일한 아픈 손가락 CSP제철소에 직격탄


동국제강이 브라질 CSP제철소 대규모 흑자 소식에 모처럼 웃음꽃이 폈다. 3대에 걸쳐 고로제철소를 갖기 원했던 동국제강에 2016년 완공된 CSP제철소는 한때 아픈 손가락이었다.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 가치 급락에 대규모 환차손을 입은 데다가 슬라브 가격도 하락해 2000년까지 누적 적자만 2조 원에 달해서다.



그러나 CSP제철소는 이제 골칫덩어리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했다. 동국제강 내부 추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만 7,5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2019년 1,073억 원 영업손실, 2020년 196억 원 흑자 전환에 비하면 비약적인 영업이익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슬래브(철강 반제품) 가격 급등, 미국 인프라 수요 증가, 브라질 내수 판매 제한 해제 등 영업환경이 긍적으로 변한 영향이다.

다만 우려가 완전히 씻긴 건 아니다. 헤알화 가치 하락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헤알화 가치는 2010년대 초반부터 올해까지 3분의 1가량 떨어졌다. 주 요인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 공공부채 증가 등이 꼽힌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 여건은 급격히 악화했고 보우소나루 정권에 대한 시장의 불신까지 덮쳤다. 다행히 최근 들어선 하락세가 진정됐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브라질 정부에서 지난 3월 이후 기준금리를 4차례 연속 인상하며 통화량 감축과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헤알화 하락으로 인한 추가 환차손은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헤알화 추가 하락 가능성 제외하면 CSP제철소 둘러싼 철강 시황은 긍정적



우선 CSP제철소 주력 생산품인 슬래브 가격이 급등했다. 브라질 슬래브 가격은 작년 7월 톤당 384달러에서 이달 987달러로 2.5배가량 뛰었다. 올 상반기 브라질 정부가 오는 2022년 말까지 500억 달러 규모 대규모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며 수요가 계속됐다. 향후 전망도 밝다. CSP제철소가 위치한 브라질 세아라주 수출촉진지대(ZPE) 내수 판매 제한이 올 7월부로 해제됐다. 본격적인 브라질 내수 시장 공략이 가능해진 것이다. CSP제철소의 주 수출국인 미국에서 1조 달러 규모의 사회 기반 시설 투자 예산안이 통과됐고 유럽의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 진행 및 기계·건설 부분 경기회복 등도 우호적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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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P제철소 호조에 동국제강 실적 개선 기대감 높아져


CSP제철소의 실적 호조에 동국제강은 하반기 지분법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은 올 상반기 CSP 제철소 지분법 손실을 크게 개선했다. 지분법 이익·손실이란 관계사가 보유한 지분율만큼 순이익에 반영하는 회계 항목이다. 지난해 말만 해도 1,543억 원에 달하던 미반영 지분법 손실은 올 상반기 227억 원 규모로 감소했다.

CSP제철소 2조 적자에도 장세주 통 큰 ‘베팅’ 빛 발했다


CSP제철소는 장 회장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동국제강은 장경호 창업주에 이어 장상태 명예회장 등 대(代)를 거치며 고로 제철소로 도약할 꿈을 키워왔다. 3대인 장세주 회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01년부터 브라질 고로 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해 브라질 정부 측과 민간기업의 협력을 이끌었다. 동국제강(30%)이 기획하고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50%)와 포스코(20%)가 합작해 CSP제철소를 설립했다. 동국제강은 2005년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에 투자를 본격화했으며 2007년부터 브라질 발레와 고로 사업 합작에 전격 합의했다. 2012년 착공에 들어간 CSP제철소는 2016년 6월 고로 화입과 함께 가동을 시작했다.

이후 CSP제철소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2016년 완공 후 CSP제철소는 슬래브의 가격 경쟁률이 떨어져 당기순손실이 2017년 7,406억 원, 2018년 5,429억 원, 2019년 4,659억 원, 지난해 6,234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악재에도 장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브라질 경기 부진 등 악재 속에서도 CSP제철소가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해 포기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장 회장의 뚝심은 결국 빛을 발하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철강업계 ‘연봉킹’ 자리를 괜히 차지한 게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종갑의 헤비(HEAVY)뉴스’는 조선·해운·철강·기계·방산·상사 등 중후장대 산업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는 연재입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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