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마케팅·디지털·디자인에 20년 이상 몸담으며 업계 ‘최고’라고 불렸던 여성 4인이 ‘나이 오십’ 즈음에 국내 브랜드로는 불모지나 다름 없고 시장도 작은 영유아 화장품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영유아용 화장품 브랜드’를 표방한 스타트업 ‘노엘로힐스’의 경영진들이 바로 그 주인공. 해외 브랜드가 장악한 데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84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해 영유아 시장은 위축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업계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4인방’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인 노엘로힐스는 론칭 전부터 업계의 관심이 컸다. 임정아(사진) 노엘로힐스 대표는 베인앤컴퍼니 경영컨설턴트 출신으로, 화장품 브랜드 A.H.C를 보유한 카버코리아가 유니레버에 3조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에 매각될 수 있도록 회사를 리브랜딩하고 ‘사이즈업’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 업계에서는 ‘경영·마케팅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임 대표와 함께 일했던 정승은 상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CD)를 비롯해 이원희 디자인 CD, 임지은 디지털 CD 등도 노엘로힐스에 참여하면서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14일 서울경제와 만난 임정아 대표는 “노엘로힐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진성성”이라며 “피부과학에 기반한 지식과 진실, 진정성 그리고 양심에 따라 영유아용 화장품을 만드는 게 바로 노엘로힐스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브랜드 이름에도 이러한 철학을 담았다. ‘Noelo’는 하와이 원주민어로 ‘진리와 지식을 추구하다’를 ‘Hill’은 영적인 의미에서 ‘상호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영유아 화장품 시장은 규모 자체가 작은 데다 저출산 기조는 변할 것 같지 않고 청소년 이하까지만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축소되고 있는 시장으로 알려졌지만 영유아용품 시장은 오히려 매년 13% 가량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시장성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이어 “특히 영유아 화장품의 경우 해외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직구’를 하는 엄마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한국의 화장품 품질을 세계 최고이지만 유독 영유아 화장품은 특히 해외 브랜드 의존도가 높고 오로지 ‘아토피 예방'이라는 메시지로 마케팅을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영유아 화장품의 경우 브랜드나 상품명에 ‘아토’라는 단어를 붙이는데 우리 아이가 아토피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공포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토피 질환을 앓는 영유아의 비중은 매우 적다는 것이다. 그는 “영유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토피 예방보다는 어른 보다 피부 세포가 성겨 피부가 약해 보습이 필요하다"며 “피부 수분을 지키면서 보습 기능을 개선하는 컴플렉스인 ‘페타세라’라는 노엘로힐스의 독자적 컴플렉스를 제품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아토’라는 메시지가 엄마들에게 어필했던 것은 안전이라는 메시지와 일맥하기 때문인데 노엘로힐스는 흔하지 않은 아토피보다는 보편적인 안전성에 집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품 개발에 미국 의사와 국내 화장품 연구소장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을 참여시켰고, 논란이 있는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등 20가지 성분을 배제하고 안심할 수 있는 성분으로만 제품을 만든다는 것도 노엘로힐스의 자부심이라는 것. 실제로 노엘로힐스는 독일 더마 테스트 인증을 비롯해 피부 저자극·안자극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전성분 EWG 그린 등급을 획득했다. 안전성에 대한 인증을 통해 신뢰를 얻자 ‘메디힐’ 브랜드로 유명한 엘앤피코스메틱에서 전략적 투자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