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상태라면 서울과 김포·부산 사업장까지 연내 공급을 장담하기 어려워 올해 사업 계획도 당연히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B 시공 업계 관계자)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발목을 잡힌 서울 아파트 2만 가구가 정부의 분양가 산정 기준 개편을 기다리며 속속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조속히 제도를 개편해 주택 공급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개편의 정도 및 시기에 따라 오히려 분양을 더욱 늦추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이후 서울 공급 반의 반 토막=청약 대기 수요가 많은 광명2구역 재개발(베르몬트로 광명)은 올 추석 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최소 4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지만 조합원들이 적정 분양가에 못 미친다고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광명2구역 사례는 분양가상한제하 수도권 주택 공급의 한 단면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분양 물량은 총 3만 1,517가구(임대 제외)에 이르지만 이 중 지난해 10월 이후 공급 물량은 3,204가구로 전체의 10.1%에 그친다. 지난해 4분기부터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공급이 뚝 끊긴 것이다. 올해 역시 서울에서 연내 예정된 전체 공급 물량은 3만 8,110가구지만 이날 현재까지 실제 분양된 물량은 4,844가구에 불과하다.
◇업계, 정부 행보에 촉각…“조기 분양 원해”=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듯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고분양가 제도 운영과 분양가상한제 심사 과정 등에서 주택 공급에 장애가 되는 점이 없는지를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분양가 산정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투입 비용이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또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별 또는 담당자별로 분양가 산정이 달라지는 부작용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분양가 산정 기준이 개선되면 해당 조합에서도 빠른 시일 내 분양하자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며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표준 건축비 대폭 인상…분양가 개선 시작됐나=국토부는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을 15일부터 3.3㎡당 664만 9,000원에서 687만 9,0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공동주택의 분양 가격 산정에 활용하는 기준이다. 특히 이번 인상률은 3.42%로 2008년 관련 제도와 기준 도입 이후 13년 사이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가 오를 경우 가뜩이나 집값이 상승한 와중에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조차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반대로 정부가 기존 분양가 억제 기조를 놓지 못하거나 대책 수립에 미온적일 경우 오히려 ‘공급 가뭄’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분양 예정 단지가 새로운 분양가 산정 기준을 기다리며 오히려 일정을 연기하는 등의 부작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