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상반기 FDI, 전년비 72% 뛴 131억달러…소부장에 13억달러 몰려

■K뉴딜이 이끈 外投 '역대 2위'

K뉴딜 부문 투자 163%나 증가

반도체 넘어 플랫폼 등도 한몫

코트라, 코로나 불구 적극 분투

디지털 전환 속 외자유치 경쟁에

해외 자금 끌어들일 기회 많아져

"SOC 구축 등 성장 전략 세워야"





스페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기업 EDPR과 오션윈즈는 지난 6월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각각 1억달러 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EDPR은 전남 고흥에 20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 건립하고 인천에 1.2기가와트(GW) 규모의 고정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에 따르면 정부가 경기 회복과 산업구조 재편을 목적으로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는 ‘K뉴딜’ 프로젝트를 가동한 이후 외국인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31억4,000만달러(신고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5% 증가하며 2018년에 이어 역대 2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K뉴딜’ 부문은 투자액이 14억9,000만달러에서 39억4,000만달러로 163.4% 늘어 전체 투자액 증가를 이끌었다. ‘K뉴딜’ 중에서도 저탄소·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그린뉴딜은 가장 눈에 띈다. 앞선 사례처럼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사업에 뭉칫돈이 들어오며 올해 상반기 중 FDI 신고액만 6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000만 달러)보다 1,287%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디지털 수요 역시 확대돼 디지털뉴딜 투자도 지난해 14억5,000만 달러에서 올해 33억3,000만달러(129.3% 증가)로 훌쩍 뛰었다.

코트라 직원들이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외국인 투자유치 행사 '외국인투자주간'에서 해외 투자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코트라코트라 직원들이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외국인 투자유치 행사 '외국인투자주간'에서 해외 투자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코트라




친환경차와 배터리 같은 첨단제조, 공유경제 등 플랫폼사업, 영상이나 웹툰 같은 콘텐츠산업 투자도 이어졌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 앱 ‘배달의민족’ 인수에 21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올 상반기 52억5,000만달러(37.8% 증가)의 FDI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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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확보 경쟁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투자로 연결됐다. 반도체 공정 장비와 재료, 소재 분야 등에 수천만달러 규모 대형 투자가 잇따라 소부장 신고액은 14.7% 증가한 13억4,000만달러를 기록, 그간 부진했던 제조업 분야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글로벌 주요기업의 반도체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소재·장비 분야는 앞으로도 외국인 투자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K뉴딜’이나 신성장, 소부장 부문이 주도한 FDI 확대는 정부의 각종 당근책이 주효했지만, 글로벌 시장 대비 한국의 돋보이는 경기 회복세와 ‘K방역’도 투자 유치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주요 20개국(G20) 중 한국과 미국, 호주 등 8개국만 올해 코로나 이전 수준의 경제 회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퍼지며 주요국에서 봉쇄조치나 공장 폐쇄 사례가 쏟아졌지만 한국의 경우 확진자나 사망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게 유지돼 조업 중단은 미미했다. 이 같은 성공적인 방역이 국가 신뢰도를 높였고 투자를 이끌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앞으로도 FDI 기회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5세대 이동통신(5G)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글로벌공급망(GVC)이 권역별로 다변화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AI 산업에 10년에 걸쳐 연간 200억유로 이상 투입하기로 했고 중국은 2025년까지 5G 등 신인프라에 1조2,000만위안 투자계획을 밝혔다. 또 애플이 중국에서 베트남과 인도로 에어팟, 아이폰 생산기지를 옮기고 구글은 중국을 떠나 베트남과 태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등 세계적인 투자 물결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국의 해외 자본 유치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일본은 총리를 중심으로 주요 장관들이 ‘대일 직접투자 추진회의’를 열며 범정부적인 투자유치에 뛰어들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경제개발청(EDB)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자회사를 통해 직접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첨단 고부가가치 외국인투자프로젝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 역시 FDI 확대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외투기업 경영실태조사를 보면 외투기업은 숫자 면에서는 국내 법인의 2.2%(약1.5만개사)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5.6%, 수출의 18.6%를 담당해 국내 경제에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등 국내 정책수요가 커지는 신기술·스마트 분야 산업과 연계를 강화하고 첨단인프라를 구축해 지역 파급력을 키우는 방향의 중장기적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트라에서 투자유치를 전담하는 장상현 인베스트코리아 대표는 “K-뉴딜, 신산업, 소부장 등 주요 경제정책과 연계해 외국자본?기술이 필요한 첨단분야에 대한 유치활동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며 “투자세액공제 확대 같은 인센티브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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