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들이 있다. 물가 상승기 금리 인상이 대표적인 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으로 꼽히던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1979년 취임 당시 고공 행진하던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11%에서 20%대까지 과감하게 올렸다. 이에 따른 충격으로 기업들은 잇따라 파산했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하지만 끝내 물가는 안정됐고 미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기를 구사했다. 장기적 과실이 따른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 이뤄지는 교통망 확충도 비슷하다. 교통망 확충의 수혜를 입는 지역의 집값은 급등한다. 집주인들은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고, 수요자들은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려 한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일거에 깨져버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가 생기자 경기도 의왕시에서 전용 84㎡ 실거래가가 16억 원을 돌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까지는 단기 충격이다.
그렇다면 장기적 이득은 무엇일까. 교통망 확충은 수요를 분산해 도심부, 즉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 2017년 전미경제평론(American Economic Review)에 게재된 카타리나 크놀의 기고에 따르면 철도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던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세계 주요국의 실질 주택 가격은 상승하지 않았다. 도심부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도시 영역이 확장하는 효과를 내며 수요를 분산시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GTX는 되고, 서울 아파트 재건축은 안 되느냐다. 서울 정비사업은 도심부 수요를 가장 확실하게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이다. 물론 정비사업 활성화에 따른 집값 과열이 우려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GTX도 마찬가지다. 장기적 효과를 내다보고 GTX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 또한 막을 이유가 없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주요 정비사업이 막힌 상황에서 몇 년 뒤 ‘서울발 공급 쇼크’가 올 것은 자명하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 정비사업을 바라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