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집값 잡기 다급해진 정부…도시생활주택 방 4개 허용

30~40평대 오피스텔도 바닥 난방

3~4인가족 거주 가능케 규제 완화

고분양가 관리제·분상제도 개선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규제를 완화하고 분양가상한제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피스텔 등의 단기 공급을 늘리는 조치로 고삐 풀린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공급 기관 간담회에서 제기된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의 허용 면적을 기존 전용 50㎡에서 60㎡로 확대하고 공간 구성도 방 2개에서 최대 4개(침실 3+거실 1)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오피스텔 내 바닥 난방 설치가 허용되는 면적 기준도 전용 85㎡에서 120㎡까지 확대해 3~4인 가구를 겨냥한다.

고분양가관리제도와 분양가상한제도 손질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심사할 때 유사 사업장의 시세를 반영하고 세부 심사 기준을 공개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HUG는 9월 중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지자체별로 다른 분양가 심의 기준을 통일하고 구체화해 심사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다만 국토부는 고분양가심사제도와 분양가상한제 개선에 따른 분양가 상승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또 사업 주체가 통합 심의를 신청하는 경우 해당 지자체가 이를 의무 시행한다. 이를 통해 인허가 소요 기간을 평균 7개월 단축할 계획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단기에 공급 가능한 유형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정책 시행 과정에서 난개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지하 정책 2021년 버전”…난개발 우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은 지난 9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개최한 2차 공급 기관 간담회 후속 조치다. 도심 내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전용 50㎡ 이하로 제한돼 있던 도시형 생활주택의 면적 상한을 전용 60㎡로 늘리기로 했다. 방 개수도 기존 2개에서 4개까지 허용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용 120㎡까지 바닥 난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 내년까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집중 공급되도록 주택도시기금에서 건설 자금 융자 한도를 현행보다 40% 높이고 대출금리도 1%포인트가량 낮추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규제 완화가 단기 공급의 효과는 있겠지만 과연 아파트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 60㎡에 방을 최대 4개까지 허용해 3인이 거주하게끔 한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도심 난개발 및 투기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이 늘수록 주차·도로 등 인근 인프라는 부족해지고 특히 저층 주거지에 들어설 경우 정비사업이 어려워져 도심이 슬럼화되는 요인이 된다”며 “1990년대에 반지하 가구를 허용한 후 인프라 부족과 난개발에 시달렸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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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국토부도 이 같은 조치가 아파트 수요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 인프라 부족 우려와 관련해 “난개발을 우려할 정도로 공급이 늘고 아파트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제나 분양가 등을 감안할 때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피스텔의 취득세는 4.6%로 1주택 아파트 취득세(1~3%)보다 비싼데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중대형 오피스텔의 경우 웬만한 아파트보다 비싼 가격에 분양될 수 있다. 한 30대 무주택자는 “주거 쾌적성이나 주차, 커뮤니티 시설 등이 다 뒤처지는데 세금이나 분양가마저 아파트보다 비싸다”며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의 임대 사업을 권장하고 시행사들의 수익 확보를 위한 정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분양가 인상 효과 여전히 미지수


정부는 이달 말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심사 기준을 개편하고 세부 기준까지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분양 단지 주변에 비교 사업장이 없어 가격이 낮아지는 문제에 대응해 단지 규모나 브랜드 등이 유사한 사업장의 시세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분양가상한제 심의 기준도 다음 달까지 구체화하기로 했다. 앞서 업계에서 분양가와 관련해 △HUG 고분양가 심사제도에서 시세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 △분양가상한제에서 심의 기준이 지자체별로 달라 혼란이 크다는 점 등을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두 제도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다며 제도 개선에 따른 분양가 상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분양가를 높이려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도 본연의 취지와 순기능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의 제도 개선으로는 꽉 막힌 아파트 공급 확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분양 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낮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분양이 미뤄지며 공급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나 5대 광역시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은 사실상 모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며 “가격 통제가 계속되면 공급 속도를 당기는 효과는 내기 어렵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을 왜곡하고 공급을 막는 원인으로 양도세 등 각종 다주택자 규제, 주택 임대차보호법, 재건축 안전 진단 규제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이런 요인들을 내버려둔 채 분양가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 시장 안정과 공급 확대에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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