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 15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명백한 유엔 결의안 위반이지만 이에 상응하는 추가 대북 제재는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관련 긴급 회의를 소집했지만 정작 미국은 비판 수위를 조절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 중이다. 나아가 중국은 비협조적인 태도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진행하는 북한의 제재 회피 관련 조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 위반 사항인 만큼 관련 비공개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프랑스 AFP 통신에 따르면,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대사는 회의를 마치고 나와 “모두 미사일 발사 시험들에 대해 규탄하고 우려했다. 이는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고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며 “정치적 대화나 해법도 필요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북한의 결의안 준수”임을 강조했다. 다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중국 가운데 한 국가라도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추가 대북 제재를 담은 새로운 결의안이 채택되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를 고려하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제재 의지를 표명하고 이를 위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모두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고 ‘외교적 해결’에 재차 방점을 찍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이번 발사는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서도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화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미 대화 가능성을 재차 열어뒀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의 비판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은 지금 중간 선거 앞두고 골치 아픈 북핵 문제에 깊게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북한에서 추가 도발이 나오지 않는 수준으로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고 도발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중국의 방해로 북한의 대북 제재 회피 활동에 대한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복수의 유엔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대북제재위 보고서 내용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관련 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대북 제재 회피 활동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중국 영해에 계속 나타나는 정황에 대해 “북한 선박은 지난해부터 중국 항구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관련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선박 활동이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의 동력이란 보고서가 이미 여러 개 나왔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RADS)는 지난 9일 북한 선박이 고유식별표식을 가리거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에 가짜 데이터를 보내는 등 정교한 수법으로 제재를 피해 활동하면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을 대고 있다고 보고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달 내 발표 예정인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초안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