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는 2050년 세계 원자력 발전량 잠재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묻지 마 탈원전’ 정책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으로 원전 설비 규모를 오히려 줄여나갈 방침이라 글로벌 탄소 중립 정책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낮은 풍력과 일조량 등으로 신재생 발전효율이 여타 국가 대비 낮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탈원전에 따른 ‘에너지 안보’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0년 이후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등 총 5.6GW 규모의 원전을 가동하는 반면 총 9.5GW 규모의 노후 원전 11기는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동을 중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 원전 설비는 2024년 27.3GW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해 2034년에는 19.4GW 규모까지 떨어지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원전의 빈자리를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 발전으로 메울 방침이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LNG발전은 지난해 41.3GW 규모에서 2034년까지 59.1GW로 14년 새 무려 50% 가까이 늘린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정부는 지난해 20.1GW 규모인 신재생발전을 2034년까지 77.8GW 수준으로 4배가량 끌어올릴 방침이다.
문제는 이같이 탈원전에 기반한 ‘에너지 믹스’ 정책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우선 신재생발전이 77.8GW 수준까지 높아지더라도 기후나 날씨 등에 발전량이 좌우되는 신재생의 단점 때문에 피크 기여도는 10.8GW에 불과하다. 2034년 신재생 설비가 전체 설비용량의 40%를 넘어서지만 전력이 가장 많이 소모되는 피크 시간대의 신재생발전 비중은 10%가 채 안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신재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LNG를 기저 발전으로 활용할 방침이지만 이 또한 글로벌 LNG 가격 급등 때문에 상당한 비용 증가 요인이 된다. 실제 지난달 LNG 1톤당 수입 가격은 534.59달러로 1년 전에 비해 70% 가까이 급등한 데다 글로벌 이상기후에 따른 난방 수요 증가로 올겨울 가격 폭등이 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셰일오일 등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원 채굴 열풍이 탄소 중립 기조로 사그라든 데다 올 초 텍사스 지역의 기습 한파로 풍력발전이 제대로 가동을 못 하는 등 신재생발전의 단점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어 LNG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원전을 활용할 경우 발전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국내 주요 발전사들의 2010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누적 연료비를 살펴보면 원자력 연료비는 11조 8,433억 원, LNG는 77조 9,91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전력 발전량은 원자력이 150만 3,384GWh로 LNG 발전량(64만 2,112GWh) 대비 2.5배 높다. 연료비 대비 발전효율을 단순 계산할 경우 원전이 LNG 대비 17배가량 경제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원전 건설 비용이 LNG발전소 건설 비용 대비 2~3배가량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원전의 경제성이 LNG 대비 6배가량 높다.
탄소 중립 달성에도 원전이 LNG는 물론 태양광발전보다 유리하다. ‘유럽연합(EU) 합동연구센터’에 따르면 1GWh의 전력 생산을 위해 천연가스는 500톤, 태양광은 85톤의 온실가스를 각각 배출하는 데 비해 같은 전력 생산 시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8톤에 불과하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건설비가 높기는 하지만 60년 이상 사용 가능한 시설인 데다 연료비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신재생의 단점을 보완해줄 기저 발전원으로서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한국은 부존자원은 없지만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과 관련 산업이 있다는 점에서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값싼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원전이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