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동시 다발적 수사를 한층 본격화하고 있다.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는 총력전이다. 윤 전 총장은 야권의 대표적 대선주자로 꼽힌다. 야권 대선 후보 경선이 차츰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핵심 피의자 소환 등 검찰·공수처 수사가 추석 이후인 이달 말이나 10월 초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최창민)는 16~17일 이틀간 대검찰청 감찰부를 압수 수색했다. 수사팀은 이 과정에서 의혹 제보자 조성은(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과 검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열람 기록 등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혹 사건을 배당받은지 이틀 만에 압수수색에 나서는 ‘속전속결’ 수사다. 특히 수사팀은 2차례 걸친 파견으로 수사 인력을 확충했다. 수사팀은 수사팀은 애초 기존 인원(6명)에 중앙지검 형사12부 소속 디지털 수사 전문 검사 1명과 대검 연구관 2명을 파견받았다. 이후 공공수사2부, 경제범죄형사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에서 각각 1명씩 추가로 지원받아 수사 인력이 2배로 늘었다. 수사팀은 추석 연휴 기간을 이용해 증거물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조사에 매진하는 건 윤 전 총장 아내 김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도 마찬가지다. 수사팀은 앞서 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된 회사 등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다만 당시 압수수색 명단에는 도이치모터스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전시 협찬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들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수사팀이 의혹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김씨를 추석 연휴 기간 중 불러 조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자칫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김씨 소환 조사 시기를 추석 이후로 늦출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 수사3부도 추석 연휴 기간 중 압수물 분석에 주력 중이다. 공수처 수사3부는 앞서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손준성 검사(당시 수사정보정책관)와 국민의힘 김웅 의원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제보자 조씨가 제출한 휴대전화 2대, 이동식저장장치(USB) 등 자료를 함께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검사와 김 의원, 조씨로 이어지는 대화 경로는 추적해 고발 사주 의혹의 진위를 밝히려는 것이다. 공수처가 자료 분석에 거쳐 손 검사 등 핵심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17일 “연휴에도 검사들이 (공수처에) 나와 있을 계획”이라며 신속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검찰·공수처가 ‘9월 말·10월 초’에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힘이 실리고 있는 배경에는 본격화되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이 자리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야권의 대표적인 대선 후보군으로 꼽히는 가운데 최종 후보가 뽑히는 시기까지 수사가 늦춰진다면 검찰·공수처 모두 ‘경선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 내에서도 ‘수사가 정치에 관여하려 한다’는 등 거센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야당 대선 경선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검찰이나 공수처도 수사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다”며 “철저한 수사로 각종 의혹의 진위를 밝히는 등 결론을 내는 게 정치적 비난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