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2주 만에 0.3%포인트나 상승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시중 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드라이브에 은행이 우대금리 등을 줄인 여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1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2.961∼4.52% 수준이다. 2주 전인 이달 3일에는 2.80∼4.30%였는데, 하단과 상단이 각 0.161%포인트, 0.22%포인트 높아졌다.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같은 기간 연 2.82∼4.441%에서 3.17∼4.67%로 상승했다. 최저, 최고금리가 각각 0.35%포인트, 0.229%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은 17일 현재 3.10∼4.18% 금리(1등급·1년)가 적용돼 3일(3.00∼4.05)보다 상·하단이 0.1%포인트 남짓 뛰었다.
이는 대출 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에 비해 최대 4배 이상 가파른 것이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표금리로 코픽스를 활용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금리)을 들였는지를 나타낸다. 지난 14일간 신규 코픽스는 불과 0.95%에서 1.02%로 0.07%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결국 0.2%포인트가 넘는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오름폭은 지표금리(코픽스) 상승 폭(0.07%포인트)의 약 3배에 이르는 셈이다.
주담대 고정금리도 마찬가지다. 고정금리는 주로 은행채 5년물 등 금융채 금리를 지표(기준)로 삼는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이달 3일 1.939%에서 17일 현재 2.029%로 2주일 새 0.09%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이 기간 실제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하단 인상 폭은 거의 4배인 0.35%포인트에 이른다.
결국 은행들이 자체 판단으로 더하는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인 여파로 해석된다. 은행들은 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라고 압박해 대출 속도조절을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은 불과 약 열흘 사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0.3%포인트 올렸다. 농협은행도 같은 16일부터 신용대출의 우대금리, 주택 외 부동산담보 가계대출의 만기 연장 때 적용하는 우대금리까지 모두 0.2%포인트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