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원장인 A 씨는 대학생 강사 B 씨가 학원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다. A 씨는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강사 C 씨에게 “B 씨가 학생들에게 폭언 및 성희롱 같은 일을 한 것 같다”며 대학교에 실제로 재학 중인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A 씨의 발언은 C 씨를 통해 학원에 퍼졌고 B 씨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 결국 A 씨는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에 따른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극소수에 불과하다. 개인의 명예를 형벌이라는 수단으로 보호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적 대응과 비교해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정부 여당이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명예훼손에 따른 형사처벌이 표현의 자유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인원은 2만 5,104명에 이른다. 단일 범죄 고소 건수로는 사기에 이어 가장 많다. 명예훼손으로 처벌되는 인원은 사이버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미투’ 파장이 거셌던 2018년에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인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둘러싼 존폐 논란으로 핫이슈가 됐다.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린다는 주장이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진실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훼손되는 명예를 명예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단순히 공익적인 발언뿐만 아니라 일상적이고 경미한 행동도 형사 피의자로 만들 수 있는 과잉된 법”이라고 말했다.
유엔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한국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규정을 폐지하도록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까지 통과된다면 폐단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언론중재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통로에서 나오는 표현의 자유도 막을 수 있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