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마지막 주요 유행이 될 수 있다고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24일(현지시간) 말했다. 스콧 고틀리브 전 FDA 국장은 이날 CNN에 출연해 "기존 감염과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면역을 뚫는 변이처럼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델타로 인한 유행이 마지막 주요 감염 유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틀리브 전 국장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번이 마지막 주요 감염 유행이 될 것이고, 이것(코로나19)은 더 지속적이고, 토착 질환 같은 위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백신 접종과 감염으로 확보된 면역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면서도 안전망(backstop)을 구축하려면 여전히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틀리브 전 국장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를 보면 미국 성인의 76.7%가 최소한 1회 백신을 맞았다면서 "확진자 수가 줄고 확산의 속도가 둔화하는 것을 보기 시작할 만큼 충분한 백신 접종에 도달하려면 (접종자 비율이) 약 80∼85%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선 최근 1주일 넘게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델타 변이'로 인한 4차 확산세가 끝난 것은 아니며 확진자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고틀리브 전 국장은 경고했다. 추운 날씨가 다가오고 있는 데다 북동부처럼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았던 지역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겨울에 여전히 많은 확진자를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것(코로나바이러스)은 추운 날씨에 번지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브라운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부학장 메건 래니 박사도 22일 "우리는 아직 숲을 벗어난 게 아니다. 나는 환자 수가 앞으로 몇 주, 몇 달에 걸쳐 전국적으로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데이터를 보면 미국에선 지난주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2만명 이상 줄면서 하루 약 13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래니 박사는 이런 감소의 상당 부분이 '델타 변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나왔던 플로리다·미시시피주 등이 정점을 넘긴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집계를 봐도 22일 기준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2주 전보다 12% 감소한 13만592명이고, 하루 평균 입원 환자도 10% 줄어든 9만1,189명이었다. 다만 확진자 증감 추이를 뒤따라가는 후행 지표인 하루 평균 사망자는 2주 전보다 35% 늘어난 2,075명으로 집계됐다.
또 지역별로도 편차가 있다. 한때 하루 5,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며 핫스폿(집중 발병지역)으로 떠올랐던 루이지애나주는 확진자 수가 하루 약 1,500명으로 줄어든 반면 알래스카주는 최근 인구 수 대비 신규 확진자 수가 가장 높은 주로 올라섰다고 NYT는 전했다. 또 지난 여름 재확산을 비껴갔던 위스콘신주 등 중서부 북부에서도 확진자가 상승하는 추세다. 래니 박사는 남부에서 여전히 많은 확진자가 나올 수 있고 북동부도 재확산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틀리브 전 국장은 코로나19가 토착 질환으로 정착할 경우 "코로나19의 확산이 계속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는 아니며 계절적 패턴으로 정착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제2의 독감이지만 독감보다는 아마도 더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질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코로나19와 독감이 한꺼번에 유행할 경우 "이 두 병원체로 인한 누적 사망과 질환이 사회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특히 겨울철에는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고 사무실의 인구 밀도를 낮추거나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등 사회가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틀리브 전 국장은 "미국 일부 지역에선 마스크가 문화적으로 더 수용할 만한 것이 되고 쓰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