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거 상태가 불안정한 청년층은 전·월세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전세자금대출을 주로 늘렸고, 일부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과 자산이 많지 않은 청년층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20·30대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습니다. 나머지 연령층의 가계부채 증가율 7.8%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26.9%로 늘어났습니다. 전체 가계신용 잔액이 1,806조 원이라고 봤을 때 산술적으로 추산해보면 480조 원 정도입니다.
청년층 부채 증가율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전세자금대출이 21.2% 가장 높았습니다. 전월세 거주 비중이 높은 청년층 특성상 전세자금대출 비중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특징이 있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은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고 청년층 주거 지원을 위한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어 청년층 수요도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8~2019년 30.4%에서 2020년 이후 41.5%로 확대됐는데 주담대의 기여율은 1.5%에서 6.6%로 늘었습니다. 신용대출도 8.3%에서 13.7%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주담대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청년층의 주택매입거래도 늘어나면서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청년층의 거래 비중은 36.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용대출은 주식투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부터 주가 상승과 주요 기업의 상장 영향으로 개인 투자가 확대되면서 신용대출 일부를 주식투자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의 신규계좌 절반을 20~30대가 차지했습니다.
청년층의 재무건전성은 아직까진 양호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가계부채 연체율은 금리 하락과 정부의 각종 금융지원조치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0.55% 수준을 기록했는데 청년층의 연체율은 더 빠르게 떨어져 0.40%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2019년 3분기 이후 청년층의 연체잔액이 감소한 가운데 비교적 금리 수준이 높은 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은 영향입니다.
다만 취약차주 비중이 높다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취약차주는 3건 이상 금융기관 차입이 있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자이거나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저신용자인 차주를 말합니다. 청년층은 저소득 차주 비중이 24.1%로 나머지 연령층(14.4%)보다 높아 취약차주 비중이 6.8%로 나머지 연령층(6.1%)에 비해 높습니다.
한은은 청년층의 차입 레버리지를 통한 자산확대는 예기치 않은 자산가격 조정 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부채부담 등으로 건전한 소비 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빚을 갚는 부담이 커지면 먹을 것을 덜 먹고, 입을 것도 덜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확인됩니다. 당시 한 금통위원은 “청장년층의 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여력 제약 가능성이 있다”라며 “특히 20~30대 청년층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금리상승 국면에서 이들 계층 소비의 시간선호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발언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긴축 시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년층 부채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