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행정 규제 적용으로 기업 혁신의 싹을 자르고 미래 먹거리가 사장되는 일도 문제다. 과태료를 무는 행정처분 수준을 넘어 행정법으로 기업인들이 형사처벌까지 받는 상황이다. 법조·산업계 전문가들은 다른 제재 수단이 없을 때만 제한적으로 집행돼야 할 행정형벌이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국 창업 기업의 5년 차 생존율은 29.2%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창업 기업의 5년 차 평균 생존율인 40.7%보다 10%포인트 낮다.
산업계에서는 우리 창업 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5년 이내 문을 닫는 이유 중 하나로 형사 처벌을 동반하는 징벌적 행정 규제를 꼽는다. 한국과 미국의 플랫폼 운송 사업자인 ‘타다’와 ‘우버’의 운명은 징벌적 행정 규제에서 갈렸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타다를 운영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심지어 재판이 진행되던 중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만들어져 관련 서비스가 무산됐다. 반면 우버는 샌프란시스코시가 기존 법을 융통성 있게 해석하고 새로운 법제로 보완해준 덕분에 글로벌 차량 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법조계에서는 타다의 사례가 행정처분을 넘어 행정형법까지 남발해 혁신의 싹을 자른 사례로 보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벌은 불법 행위에 대응할 수 없을 때 최후의 대응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는데 규제와 행정형벌이 짝을 이룬다”며 “행정형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형벌의 부과를 통해서만 대응할 수 있는 문제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는 7월 ‘2021 투자환경 보고서’에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경영자들이 체포·기소 등 법률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세계 170개국을 분석했는데 한국 법률이 업계나 당사자의 충분한 의견 수렴, 영향 평가 없이 시행되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의 정연아 대표변호사는 “해외에서는 기업들의 혁신을 위해 신기술에 네거티브 규제(법률이나 정책이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 위주로 적용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포지티브 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