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靑 '신중론' 가세에…與 '언중법' 출구전략 고심

◆언중법 '공전에 공전'

'8인협의체' 11차례의 논의에도

與野 '징벌적 손배' 등 합의 난항

與 "28·29일 본회의 마지노선" 총력

윤호중(오른족)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언론중재법 관련 회동에 참석해 있다. /권욱 기자윤호중(오른족)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언론중재법 관련 회동에 참석해 있다. /권욱 기자




한 달을 끌어온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에 관련 법률 개정안을 두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어렵사리 8인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이어왔지만 공전만 거듭하며 한 걸음도 진전되지 못한 형편이다. 여당은 손해배상액을 기존 ‘최대 5배’에서 ‘5,000만 원 또는 손해액의 3배 이내’로 낮추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독소 조항’이라며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국회 본회의 단독 통과를 주장하는 강성파와 신중론에 힘을 실은 청와대 사이에서 출구전략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7일까지 본회의 시한을 정한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하루 종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본회의를 하루 연기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11차례에 걸친 8인 협의체에서 다양한 수정안을 제시했다”며 “국민의힘은 수정안이 더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합의 자체 무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협의체에 참석한 김종민·김용민 의원 등도 “국민의힘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한다”며 단독 처리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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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강경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박병석 국회의장과 청와대의 기류는 신중론에 힘이 실렸다. 박 의장은 지난달에도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하며 법안 상정을 미룬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법안의 내용을 떠나 상황이 지난달과 달라진 게 없다”며 “당시에도 정기국회를 앞두고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정국이 경색돼 예산안과 법안 처리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6일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청와대는 이 같은 뜻을 민주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핵심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 차단 청구권이다. 민주당이 손배 수위를 낮췄고 열람 차단도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로 청구 대상을 제한하자고 대안을 냈지만 야당은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현재의 민주당 수정안은 폐기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다시한번 민주당이 손배의 상한을 특정하지 않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28일과 함께 29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마지노선으로 야당과의 협상을 최대한 이끌어 보겠다는 전략이지만 청와대 기류까지 신중론으로 전해지면서 입장이 곤란해졌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언론 단체와 일부 외부 반대가 있으니 지도부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언론법을 무작정 지연시킬 수 없다는 당내 강경론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9월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으면 이후 대선 후보가 언론법과 관련해 부담을 갖게 된다”며 “어떤 식으로라도 9월 중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 기자·이희조 기자·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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