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수천억 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사업 방식 때문입니다. 민간이 개발이익을 크게 가져갈 수 있는 반면 관리·감독은 부실해 개발업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시행사의 한 관계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계기로 PFV를 활용한 부동산 개발 방식의 문제점이 조명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발 적폐 세력들이 PFV를 이용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서 폭리를 취해왔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6년 착공식을 진행한 의왕 장안지구 사업의 경우 대장동 개발 사업의 또 다른 핵심 설계자이자 천화동인5호 소유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가 민간사업자 공모 사업 계획서의 심의위원으로 선정돼 활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대장동 개발 사업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남욱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엔에스제이홀딩스(천화동인4호)는 안양 박달스마트밸리 사업 참여를 추진하기도 했다. 박달스마트밸리 사업은 공모를 진행하다가 최근 대장동 논란이 본격화되자 돌연 이를 취소했다. 모두 PFV로 추진되는 비슷한 구조다.
성남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과 함께 진행한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신축 사업에 대한 행정사무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2013년 PFV인 ‘푸른위례프로젝트’가 시행한 위례신도시 조성 사업으로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에 자산관리회사(AMC)로 참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위례자산관리’라는 회사가 자산 관리 업무를 맡았다. 이 사업에는 남 변호사의 부인 등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일부 개발업자들이 자금 동원 능력을 빙자해 PFV 사업을 추진한 후 민간이 수익을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구조를 짜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공공 기관이 사업을 주도해 수익 발생분을 주거 복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이 뒤늦게 분양받아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성남 대장동 아파트의 잔여 물량이 5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서울경제가 대장동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1·2단지 총 974가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수분양자로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고 보존등기 상태로 남아 있는 가구는 총 54가구였다. 하나자산신탁이 보존등기한 물량으로 단지별로 보면 1단지 25가구, 2단지 29가구다.
2018년 3.3㎡당 평균 2,030만 원에 분양한 이 단지는 전체가 전용 84㎡로 구성돼 가구당 6억~7억 원가량의 분양가가 책정됐다. 현재 매매 매물은 없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소 13억~14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 대비 두 배 이상 가격이 치솟은 상태에서 화천대유가 적극적으로 잔여 물량을 털어내지 않고 계속 갖고 있는다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화천대유와 분양 대행 업무를 맡았던 D사에 연락을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