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 분야에서도 무인농업 시대를 열어줄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농기계 제조업체들은 차세대 성장 분야로 내세우며 앞 다퉈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어 무인 농기계 시장을 놓고 경쟁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농기계를 출시한 업체와 기술개발을 끝내고 내년 중 신제품을 선보일 기업들이 미래 시장 선점을 놓고 내년부터 거센 마케팅 전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동은 올해 상반기 직진자율주행·로드센싱으로 주행과 작업 편의성을 높인 130~140마력대의 대형 트랙터 ‘HX시리즈’를 출시했다. HX는 국내 트랙터 중 처음으로 직진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 작업 편의성을 높였다. 이 트랙터는 지정 구간에서 트랙터가 자동 직진해 직선작업을 요하는 고랑·두둑 형성, 집초 및 베일 작업 등에서 핸들조작 없이 일할 수 있다. 지정구간을 이탈하면 경고음과 함께 기어가 중립으로 자동 전환되는 안전기능도 갖췄다.
지난해 말 동양물산기업에서 사명을 변경한 티와이엠(TYM)은 정보통신기술(ICT)과 텔레매틱스(차량 무선 인터넷 서비스) 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 농기계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TYM은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과 양산에 주력하기 위해 스마트 정밀농업 전문기업 자회사 티와이엠아이씨티(TYMICT)를 지난해 설립했다. TYMICT가 지난 8월 진행한 텔레매틱스 기반 자율주행 트랙터 시연회는 높은 수준의 정밀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트랙터에 탑재된 텔레매틱스 시스템은 조직관리, 기종관리, 고객관리, 판매관리, 차량관제, 원격제어, 차량관리, 작업일지, 도난방지, 긴급알림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 기능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확인 가능하다.
TYM은 자회사 TYMICT를 중심으로 완전자율주행·군집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IC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정보수집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ICT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해 인공지능(AI) 기술개발하고, 자율주행 농기계가 수집·분석한 농업용 빅데이터를 정밀농업에 적용해 효율적인 농업 환경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엘에스(LS)엠트론은 자율주행 트랙터 ‘LS 스마트렉’를 출시해 농업 첨단화를 이끌고 있다. LS 스마트렉에는 변속기·엔진·전자유압·동력인출장치(PTO)·조향 시스템 등을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또 직진·후진 자동제어 및 다음 작업 위치로 선회 이동 등 작업 중복영역을 최소화하는 기능도 갖췄다.
농촌진흥청(농진청)도 AI 기술을 접목한 영상인식 기반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진청은 고가의 위성 항법 시스템(GNSS)을 대체할 인공지능 기반 영상인식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이 기술은 경운할 때 생기는 흙 부수기(쇄토) 작업 여부를 트랙터 앞에 장착된 카메라로 찍어 심층학습(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경운된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의 경계를 검출한다. 이후 미리 정해진 주행 기준선과 비교해 발생한 오차만큼 트랙터를 조향 제어하는 기술이다.
농진청은 또 농기계 업체와 함께 고정밀 측위시스템을 활용한 트랙터 자율주행 고도화 기술도 개발했다. 이는 고정밀 측위시스템을 활용해 사전에 작업 경로를 설정하고, 설정된 경로를 따라 직진주행과 선회를 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농기계업계 관계자는 “농촌 인구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람 없이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내 농기계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등 농업선진국에서도 이를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