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일회용컵 사용 절감에 대한 친환경 메시지 전달을 위해 기획한 '리유저블컵'(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행사를 열어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 많은 고객이 몰린 가운데 "회사가 현장 매장의 인원 부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이벤트를 개최해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가중시켰다"는 한 직원의 글이 올라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29일 '한국은 참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각박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한 스타벅스 매장 점장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스타벅스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이벤트가 이어지고, 매주 MD가 출시되고 있다"면서 "그걸 파트너(스타벅스 직원)들은 다 사전에 준비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해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A씨는 "매장에 일할 사람이 없어지는데 신규 매장은 무섭도록 늘렸다"며 "신규 매장에 들어갈 인원은 새로 채용하지 않고 기존 매장에서 차출했다. 당연히 각 매장에 일할 사람은 점점 더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한 "오늘 리유저블컵 행사를 두고 '그린 워싱(제품, 정책, 활동을 위장하는 환경주의자들을 우려하는 표현) 기업'이다 하는 말들이 참 많았지만, 그걸 고객보다 싫어하는 건 단연컨대 현장의 파트너들"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A씨는 "스타벅스는 크고 작은 무료봉사들이 모인 집합체다. 회사에서는 말로만 '무료봉사하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 실질적 대안이 없다"며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 회사에선 '그래도 시간 되면 다 던져놓고 퇴근하라'고 한다. 그럼 '당장 내일부터 매장 운영은 어떻게 하느냐'라는 도돌이표로 이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력자가 나가면 신입으로라도 채워졌는데, 요즘엔 그 신입 채용도 하늘에 별 따기"라고도 적었다.
여기에 덧붙여 A씨는 "그런데 회사는 무턱대고 일만 벌인다. 이벤트를 하면 '평소보다 매출 증가가 대폭 예상되니 근무 인원을 충분히 배치 바란다'라고 하고 끝"이라면서 "결국 오늘 언론에 보도된 그 사달을 낳았다. 대기 음료가 100잔이 넘고 대기시간은 기본 1시간 이상이었다. 어느 매장은 대기 음료가 650잔이었다고 하더라"라고 썼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오늘 스타벅스 모든 현장직 파트너들은 리유저블 사태를 견뎌내며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 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었다"며 "하지만 책임감 하나로 이 악물고 참고 버텼다. 나는 지금도 온몸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끙끙 앓고 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도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고 했다.
더불어 A씨는 "고객들에게 우리의 모든 상황에 대해 무조건적인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냥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면서 음료 드리면 같이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해 주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퇴점 인사를 하면 문을 열고 나가다가 멈춰서 우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고, 주문 중에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거나 우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화만 내지 않아도, 우리는 그런 작고 사소한 행동에도 큰 감동을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조금만 더 유하게 행동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