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국내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투자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규 평택3공장(P3)에는 낸드플래시 라인을 먼저 설치하고 D램과 3㎚(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생산능력을 순차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불안 등 대외 위기가 산재한 가운데 적극적인 기존 팹 공정 전환과 신규 투자 등으로 12인치 웨이퍼 기준 최대 월 15만 장에 이르는 초격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신규 반도체 공장 P3를 채울 라인 밑그림을 그리고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P3 외관 공사가 끝나는 대로 176단(7세대) 낸드플래시 라인 구축부터 나설 계획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4만~5만 장(50K) 규모 생산 라인을 갖추기 위해 내년 4월쯤부터 장비 반입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P3에 낸드플래시 라인을 먼저 설치하는 이유는 낸드 경쟁 격화 분위기 속에서 선두 업체로서 기술 격차를 확실히 벌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난에도 반도체 육성만큼은 사수하려는 중국,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기옥시아 인수설, 마이크론의 176단 낸드 양산 등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첨단 낸드 라인을 빨리 갖춰서 경쟁사 추격에 대응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또 P3에는 낸드 투자와 함께 하반기 D램·3나노 파운드리 라인을 순차 구축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DDR5 D램 시대에 대응한 14나노(㎚·10억분의 1m) 극자외선(EUV) D램 라인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 하반기 도입을 예고한 3나노 파운드리 초기 투자는 월 수만 장 규모의 라인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삼성전자는 P3를 포함해 내년 화성·평택 캠퍼스 전반에 최신 공정 전환에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메모리를 중심으로 파운드리(이미지 센서 포함) 설비 투자까지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만 최대 월 15만 장가량 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 첨단 D램 팹 화성 17라인 생산능력과 맞먹는 수준으로 1년 동안 대형 반도체 팹 한 개를 꽉 채우는 규모와 비슷하다.
삼성은 올해도 생산 규모를 월 10만 장 이상 늘리는 적극적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는 신규 메모리 생산 없이 생산 효율 증대로 이윤을 극대화했다면 내년에는 D램과 낸드 모두 최신 제품 위주로 공정을 확대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일각에서 메모리 공급 과잉과 공급망 불안 문제를 제기하지만 아직 무르익지 않은 첨단 칩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이윤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투자 금액으로도 역대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향후 3년간 240조 원 투자를 선언했다. 이 가운데 140조 원가량이 반도체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에는 연간 최대 시설 투자 금액이었던 32조 9,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해 “생산능력 확장은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