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이른바 ‘고가 주택’의 기준이라고 불리는 9억 원에 도달한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이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는 갈수록 커져가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몇 년 전만 해도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던 강북까지 ‘집값 폭등 열차’에 올라탄 것이다.
5일 KB 리브온에 따르면 한강 이북 14개 자치구(강북권)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 2017년 5월 4억 3,552만 원이던 것이 올해 9월 9억 500만 원으로 107.8% 뛴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및 서울·강남권의 중위 매매가 상승률이 70%대인 것보다도 훨씬 높다.
자치구별 상승률을 살펴 봐도 강북권 외곽 지역이 상승세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9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오른 곳은 강북구(3.88%)로 조사됐다. 이어 도봉(2.58%), 노원(2.49%), 강서(1.96%), 성북(1.91%), 은평구(1.81%) 순이었다. 강서구를 제외하고 모두 강북권 외곽 지역이다. 이 영향으로 서울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 11월(1.66%) 이후 10개월 만의 최고치인 1.52%를 기록했다.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내 상위 20%(5분위) 아파트 가격은 올해 9월 들어 22억 4,912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20억 원대를 돌파한 후 1년도 채 안 돼 2억 5,000만 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9월 수도권 상위 20% 아파트 매매가는 14억 9,105만 원으로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 원을 조만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전세 시장도 여전히 상승 국면이다. 9월 전국 아파트 중위 전세가는 3억 1,573만 원으로 8월보다 400만 원 넘게 상승했고 수도권도 전월보다 600만 원가량 오른 4억 4,404만 원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 가격은 8월보다 32만 원 오른 6억 2,680만 원을 기록했다. 강북권도 5억 433만 원에서 5억 1,207만 원으로, 강남권은 7억 3,606만 원에서 7억 3,771만 원으로 올랐다.
다만 초고가 아파트 전세 시장은 소폭 하락했다. 9월 서울 상위 20%(5분위) 아파트 전세 가격은 8월 가격인 11억 3,705만 원보다 500만 원 넘게 떨어진 11억 3,132만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5분위 전세 가격이 떨어진 것은 2019년 4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도권 상위 20% 아파트 전세 가격도 7억 9,837만 원에서 7억 9,227만 원으로 조정됐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 광풍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탓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정책 기조를 ‘공급 확대’로 선회하기도 했지만 시장이 체감할 만한 공급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임대차 3법 및 부동산 세금 인상 등 각종 규제가 맞물리며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거래되는 족족 신고가를 기록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주택 목표치를 46만 가구로 잡았지만 실제 공급된 물량은 이보다 7만 가구 가까이 적은 39만여 가구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 제출받은 올해 1~8월 주택 준공 실적과 향후 공급 예측치를 분석한 결과 연간 주택 공급량은 39만 1,195가구로 예상된다. 시장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의 경우 그 공급량이 29만 6,929가구로 공급 목표치인 31만 9,000가구를 밑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집값 상승 기대감에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수요, 주변 집값과 키 맞추기 현상이 맞물려 강북 지역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근본적 원인은 서울 내 공급 문제에 기인한 만큼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