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 간 102편의 영화를 찍은 한국 영화의 산증인, 임권택 감독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자신의 영화 인생을 돌아봤다.
임 감독은 7일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0여 년 간 몸담았던 영화 현장에서 물러날 때가 됐다고 수 차례 언급했다. 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그는 “이젠 영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할 나이가 됐다”면서 “공로상 비슷하게 받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더 활발하게 생이 남은 사람에게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임 감독은 어지간한 영화를 다 찍어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없다면서도, 무속에 관한 소재를 영화로 한번 찍어보고 싶다며 영화를 향한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그는 자신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화선'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해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그는 “내 영화도 그렇지만 우리 영화를 보면 완성도 면에서 불완전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며 “근래에는 (후배들이) 꽤 완성도 높은 영화들을 내고 있다. 이제는 좋아지고 있다는 수준을 넘어 '세계적 수준에 들어가 탄탄하게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완성도가 높다고 후배 영화인들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임 감독은 이어 “(나는 영화) 102편을 찍은 경력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화가 좋아서, 그걸 좇아 살았던 사람”이라며 웃었다.
임 감독은 1962년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시작으로 2015년 '화장'에 이르기까지 60여 년간 102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2002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02년 칸영화제 감독상, 2005 베를린국제영화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