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 성남 상대원도 '대장동 판박이'…출자금없는데 사업 강행

PFV 방식·민간 물량 상당수 보장

2015년 대장동 뒤이어 시동

당시 이재명시장 "자본금 늘려달라" 사업 추진 열의

시장 퇴임 후 사실상 개발 멈춰





성남시가 판교 대장동과 ‘판박이’인 사업을 상대원동에서도 추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령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데도 무리하게 강행해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성남시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난 2015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464-1 일원에서 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개발제한구역 19만㎡를 풀고 이 중 9만 7,795㎡에 민간분양 589가구, 행복주택(공공임대) 524가구, 공공분양 197가구 등 총 1,310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상대원동 개발 사업은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방식으로 추진됐고 대장동 사업의 총책임자였던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주도했다. 민관 합동 사업이었지만 공공이 지분 50%+1주 방식으로 공공주택지구 사업으로 추진하고 민간에 상당한 분양 물량을 보장한 점도 닮았다. 수의계약으로 사업 시행 방안 검토 용역을 따낸 ‘한국도시경제연구원’ 역시 대장동 사업 타당성 용역을 맡은 곳이다.

이 사업은 법령상 개발이 불가능했지만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증자를 통해 강행했다.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전년도 말 자본금의 10%만 출자가 가능한데 이미 상당 금액을 대장동 사업 등에 투입해 상대원 사업에 출자할 여력이 없었다. 이에 성남시는 이재명 당시 시장 명의로 시 의회에 208억 원의 증자를 요청해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했다.

사업은 민간사업자 공모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2018년 4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진행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이 시장이 같은 해 3월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성남시가 추진한 상대원 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은 직전의 대장동 개발 사업을 그대로 복제한 것처럼 구조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중단된 탓에 구체적인 계획안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이 사업의 구조가 대장동 사업과 같다고 인정했다. 수익 구조 또한 대장동 사업과 유사했을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수익의 대부분을 민간 업체가 독식하는 형태가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출자금 부족으로 해당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지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직접 나서 시의회에 자본금 증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관련기사



상대원 사업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과 맞물려 추진됐다. 대장동 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가 추진했는데 해당 사업은 2처가 맡았다. 공공 기관인 성남개발도시공사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인데도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을 민간분양 물량으로 채웠다. 총 1,310가구 중 민간분양은 589가구(44.9%)로 모두 전용면적 84㎡였다. 공공분양은 197가구, 행복주택(공공임대)은 524가구 등이다.

당시 이 사업은 법령상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지방공기업법에 따르면 공사는 전년도 말 자본금의 10%만 출자할 수 있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자본금은 392억 원으로, 이 중 10%인 39억 2,000만 원의 출자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공사는 대장동 사업(25억 원), 민간 공원 조성 특례 사업(10억 원) 등에 출자액을 거의 다 사용해 상대원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자금 25억 원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성남시는 남은 한도 4억 2,000만 원 외에 추가로 필요한 출자금 20억 8,0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이 시장 명의로 성남시의회에 “공사의 자본금 208억 원을 증자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의회는 공공주택 사업의 수익 창출 구조가 지나치게 크다고 질타했다. 어지영 시의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취지는 공공 재화를 통한 공익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사가 주택 부동산 사업을 해서 돈을 벌자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영발 시의원은 “행복주택의 분양 가구 수를 늘려 수지 분석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분양을 지양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측은 “아무리 그린벨트지만 땅값이 있기 때문에 그 땅값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간분양에서 나온 이득금을 공사에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분양 물량을) 524가구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현재 좌초된 상태다. 시의회에서 증자안이 통과되고 경기도에서 지구 지정 심의까지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듬해 4월 환경부의 환경 영향 평가에서 ‘부동의’ 결과가 났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를 주택 용도로 사용하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여기에 증자안을 제출하는 등 열의를 보였던 이 시장이 같은 해 3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서 민간 사업 시행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사업은 백지화됐다. 성남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업 예정지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 추진의 불씨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2018년 후보자 시절 “상대원동 464-1 일대 9만 7,000여㎡에 노동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1,31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동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