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상장사인 세계 최대 PC 업체 레노버가 중국 본토 증시에 추가로 상장하려던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 등 중국내 자본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지난 8일 레노버가 상하이 증시내 ‘과학혁신판(스타마켓)’ 상장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레노버는 전날 밤 공식 입장을 내고 “최신 상장 동향 등 자본시장 관련 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상장 계획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당초 레노버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산하 과학혁신판에서 중국주식예탁증서(CDR)를 추가 발행하는 형식으로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 클라우드 융합형 신형 인프라 시설 프로젝트 ▲ 산업 디지털·지능화 솔루션 프로젝트 ▲ 인공지능 관련 기술 개발 및 응용 프로젝트 등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자국기업들이 홍콩이나 상하이 증시로, 또 홍콩 상장사도 상하이 증시로 돌아 오도록 유도 중이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달 홍콩 상장사들의 본토 증시 추가 상장을 지원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지난달 중소혁신 기업을 주 대상으로 한 베이징 증권거래소 신설 방침을 발표하면서 중국내 자본시장 육성 의지를 분명히했다.
이런 가운데 레노버는 중국 본토 증시에 추가로 상장할 예정이던 첫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레노버는 지난달 30일 상장 신청을 했었다. SCMP는 “레노버의 갑작스러운 상하이증시 상장 취소로 해외 상장 중국기업을 중국내로 상장시키려는 노력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