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무력사용’ 언급 안 한 시진핑…‘현상유지’ 강조한 차이잉원

신해혁명 110주년 맞은 中·대만 풍경

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아 연설 중인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 /신화·로이터연합뉴스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아 연설 중인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 /신화·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제국에서 공화국으로 바뀐 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아 서로 ‘적통’이라고 주장하는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의 수뇌들이 입씨름을 벌였다. 앞서 이달초 중국 군용기 150여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는 등 무력충돌 긴장이 한창 커지는 상황이었다. 예상과 달리 양국 수뇌들의 발언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은 ‘통일’을, 대만은 ‘주권’을 주장하면서 긴장 상태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진핑, ‘통일’ 주장하면서도 ‘무력’ 언급은 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대만 독립’ 분열은 조국 통일의 최대 장애이자 민족 부흥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조국을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 반드시 인민에게 버림받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대만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시진핑은 이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겨냥해서도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중국 인민이 국가 주권과 영토보전을 수호하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과는 달리 ‘통일’을 위해서는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시 주석은 “평화적인 방식의 조국 통일은 대만을 포함한 중화민족 전체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 우리는 ‘평화 통일, 일국양제(한국가 두체제)’의 기본 방침과 ‘하나의 중국’ 원칙,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면서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1월 ‘대만 동포에 고하는 문장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 노골적으로 ‘무력 사용 옵션’을 거론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대만에 대한 위협을 계속해 왔다

■차이잉원 “중국 압력에 굴복 안 해” 강조

차이잉원 총통은 신해혁명 기념일 당일인 10일 중화민국 110주년 건국기념일(대만에서는 ‘쌍십절’로 표현)에서 “대만은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대만인들이 압력에 굴할 것이라는 환상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과 중국은 서로에게 종속돼서는 안 된다”며 “대만은 합병이나 주권침해에 저항해야 하며 대만의 미래는 대만인의 뜻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대만이 역내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우리의 호의와 약속은 변함이 없다”면서 “현상 유지가 우리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양안의 이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등한 대화를 통해야만 한다면서 “우리는 전력을 다해 현 상황의 일방적인 변화를 저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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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이 진행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이 진행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中, 실내 기념식 VS 대만, 대규모 열병식

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아 중국과 대만의 풍경도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에서는 전날인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념식 행사를 진행했다. 일반적인 기념식과 마찬가지였는데 이날은 특별이 군인과 경찰들이 대거 동원된 것이 특징이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가 생중계 도중 이들을 여러차례 클로즈업하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정면 단상의 벽면에는 쑨원(손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렸다. 쑨원은 신해혁명의 사실상 주인공으로 이후 중화민국을 새우고 총통(대통령)에 취임했다. 공산당도 원래 중화민국의 분파로 활동했었다.

반면 대만 타이베이에서는 10일 열병식 등 대대적인 야외행사를 벌였다. 열병식 하이라이트로 CH-47SD 치누크 수송헬기가 길이 18m, 폭 12m에 달하는 사상 최대 크기인 중화민국 국기를 매달고 총통부 상공을 비행했다. 또 슝펑-2와 슝펑-3 초음속 대함 미사일, 톈궁-3, 톈젠-2 미사일을 선보였다.

대만에서는 ‘중화민국’이 신해혁명을 통해 성립했다는 점에서 10월10일을 ‘건국기념일’로 부른다. 반면 중국에서는 단지 ‘혁명기념일’로 부르는 차이가 있다.

1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중화민국 110주년 건국기념일 열병식이 진행중이다. /EPA연합뉴스1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중화민국 110주년 건국기념일 열병식이 진행중이다. /EPA연합뉴스


■갈등은 여전히 잠복중

9일과 10일의 연속 공개 연설을 통해 중국과 대만이 이달초 중국의 대만 ADIZ 진입으로 불거진 긴장상황을 해소하고 일단 안정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무력 통일’ 위협을 자제하는 선에서 한발 물러선 상황에서 차이 총통도 ‘현상 유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의 쑤쯔윈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대만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차이 총통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중국 측에 올리브 가지를 내민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만의 뒷배를 자처하는 미국이 최근 중국과 대화 모드로 진입하는 것도 현 시점에서 중국과 대만의 과잉 행동을 일정 정도 제악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주 외교·안보 당국자, 통상 당국자들이 잇따라 회담을 가졌다. 연말 전에 미중 정상의 화상 회담도 예정돼 있다.

다만 중국과 대만의 양국 수뇌들의 발언에서 나온 것처럼 중국의 ‘통일’과 대만은 ‘주권’은 서로 다른 목표라는 점에서 여전히 분란의 소지가 있다. 시진핑의 경우 3연임을 위한 치적쌓기 차원에서 ‘대만 통일’을 목표로 압력을 한층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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