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구 알짜 부지로 꼽히는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3억 원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민간 개발업자의 배만 불려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대장동 사업 방식 대신 공공이 토지를 소유한 채 건물만 분양해 시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를 제외한 건물만 분양하는 형태다. 아파트 분양가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토지 가격이 빠지는 만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구는 땅값이 비싼 지역인 만큼 땅까지 함께 매각하는 지분적립형 주택보다는 땅을 제외하고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더 적합하다고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토지를 매각하기보다는 여기에 값싼 주택을 공급해 시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방안”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토지 가격을 빼고 건축비 등을 고려하면 강남 알짜 부지에 평당 1,000만 원 수준의 3억 원대 아파트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 차원의 논의가 마무리된 후 강남구청과의 협의도 필요한 만큼 대략적인 윤곽은 이르면 올해 말께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강남 3억 원 아파트’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도 주장하던 사안이다. 김 전 본부장의 사장 임명이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강남에 저렴한 가격의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료원 부지 외에도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터와 서초구 성뒤마을에도 토지임대부·지분적립형 등의 공공주택을 짓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지난 이명박 정부 때도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이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지어졌다. 당시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2억 원대였지만 토지 소유권이 없어 경쟁률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전매제한 기간이 풀린 후 가격이 분양가 대비 일곱 배 수준까지 폭등하면서 ‘로또 분양’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