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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리 상승에…美 가치주 ETF 한달새 1.6조 유입

햔금흐름 만드는 가치주 비교우위로

뱅가드 밸류 ETF에 자금 계속 몰려

같은 회사 성장주ETF는 3,800억 유출

SPYV 등 他 가치주 ETF에도 순유입





최근 물가와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성장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자금이 빠지고 가치주 ETF로는 돈이 들어오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미래에 벌어들이는 현금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당장 꾸준하게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가치주에 비교 우위가 실리면서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국 ‘뱅가드 밸류(VTV)’에는 최근 한 달간 13억 6,000만 달러(약 1조 6,300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VTV는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가 운용하는 상품으로 자산 규모(AUM)가 851억 4,030만 달러(약 102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가치주 ETF로 통한다. 버크셔해서웨이·프록터앤드갬블·컴캐스트 등 금융·건강기술·소비재·유틸리티·통신 대형주를 주로 편입한 것이 특징이다.



주목할 점은 뱅가드의 주력 성장주 ETF인 ‘뱅가드 그로스(VUG)’에서는 최근 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한 달간 3억 2,300만 달러(약 3,875억 원)가 빠져나갔다. VUG는 빅테크 등 미국의 대형 성장주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품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구글 주식의 점유율을 합치면 38.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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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가드가 운용하는 미국 대형주 ETF’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장·가치 중 어떤 투자 테마를 잡았느냐에 따라 VTV와 VUG 사이의 자금 흐름에 향방이 갈렸다는 의미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로 봐도 VUG는 -3.77%를 기록했으나 VTV는 -0.66%를 나타내며 비교적 선방했다.

최근의 물가·금리 상승 흐름으로 인해 성장·가치주 간 희비가 갈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에 버는 돈에 대한 현재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종목보다 가치주같이 꾸준한 현금 창출 능력이 돋보이는 주식에 비교 우위가 실리는 이유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614%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중반에만 해도 연 1.3%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후 원자재 인플레이션 압력과 통화 긴축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금리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월 대비 8.3%나 오르며 집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이는 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물가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다른 성장·가치주 ETF 사이에서도 향방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성장주 ETF인 ‘SPDR 포트폴리오 S&P500 그로스(SPYG)’는 지난 한 달간 -3.84%의 손실을 기록하며 2억 8,900만 달러(약 3,465억 원)가 빠져나갔다. 그러나 같은 운용사의 가치주 ETF인 ‘SPDR 포트폴리오 S&P500 밸류(SPYV)’에는 같은 기간 2억 3,300만 달러(2,793억 원)가 순유입됐으며 손실률도 -0.52%에 그쳤다.

이와 유사하게 러셀1000지수에 편입된 성장주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러셀1000 그로스(IWF)’에서는 최근 1개월 사이 5,200만 달러(약 623억 원)가 순유출됐으나 같은 지수 내 가치주에 초점을 둔 ‘아이셰어즈 러셀1000 밸류(IWD)’에서는 1억 4,200만 달러(약 1,702억 원)가 들어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모두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이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재차 상승하며 성장·가치주 간 성과 차별화를 가져왔다”고 해석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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