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돌지 않는 풍차






- 송찬호

그는 일생을 노래의 풍차를 돌리는

바람의 건달로 살았네

그는 때때로 이렇게 말했네

풍차가 돌면 노래가 되고

풍차가 멈추면 괴물이 되는 거라고

그는 젊어서도 사랑과 혁명의 노래로

풍차를 돌리지는 못했네

풍차의 엉덩이나

허리를 만지고 가는

바람의 건달로나 살면서


바람 부는 언덕에서 덜컹거리는 노래의 풍차는 쉼 없이 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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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치고 망가져가는 풍차에게

이렇게도 말했네

멈추지 말게

여기서 멈추면

삶은 곧 괴물이 되는 거라네

그러나 생은 때로 휴식이 있어 아름다운 것

돌지 않은 풍차

그의 노래도 끝났네

바람은 벌써 그의 심장을 꺼내 가고

그의 지갑에는 이제 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네

누구나 멈출 권리가 있지요. 바람 없으면 풍차가 쉬고, 물 없으면 물레방아 멈추는 것 당연하지요. 날품 일꾼도 비 오는 날은 하늘이 주는 월차지요. 여름 농부도 가을걷이 마치면 겨울 연차 받아 이야기꾼이 되지요. 가을 단풍은 나무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마치고 나면 긴 침묵에 들지요. 사랑도 혁명도 밥 먹고, 잠자고, 멍 때려야 가능하지요. 멈추면 괴물 된다고 시도 때도 없이 카톡카톡 외치는 휴대폰 비서도 주 5일제로 해두시죠. 풍차가 멈추면 괴물이 된다는 것, 풍차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죠. 풍차가 멈추어 사색을 하고 자기 자신이 되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죠.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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