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열풍이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미국프로풋볼(NFL)까지 확산했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10일(현지시간) 'NFL 선데이' 프리게임쇼에서 '오징어 게임'을 NFL 식으로 패러디한 '스쿼드 게임(Squad Game)'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는 누가 봐도 '오징어 게임'을 연상할 정도로 드라마 속 패션을 그대로 가져와 눈길을 끌었다. 진행요원이 착용한 주황색 점프수트와 검은색 가면, 그리고 참가자들의 녹색 트레이닝복까지 드라마와 정확히 일치한다. NFL 4주 차 경기까지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각 팀의 팬들이 모여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게임을 펼친다는 게 광고의 주된 내용이다.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인생 역전을 노리고 게임에 뛰어드는 '오징어 게임'의 설정을 비튼 셈이다. 드라마에선 게임에서 지면 목숨을 잃지만, 이 광고에선 그 대가가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미국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NFL 경기는 시청자가 가장 많은 매주 일요일에 열린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각 방송사는 경기 시작 전후 콘텐츠에 공을 들인다. 경기 전 광고로 '오징어게임'의 모티브를 차용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그만큼 미국에서 주목도와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4일 버펄로 빌스와 휴스턴 텍산스의 NFL 4주 차 경기에선 버펄로 선수들이 잠시 경기가 멈췄을 때 '오징어 게임'의 첫 번째 생존 게임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단체로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드라마 영어 버전에선 'Red Light, Green Light'라는 이름으로 번역됐다. '빨간불, 녹색불'이란 뜻이다. 녹색 신호등에선 갈 수 있고, 붉은색 신호등에서는 정지하는 것에서 따왔다. 버펄로의 와이드리시버 스테폰 디그스가 팀원들과 '녹색불', '빨간불' 놀이를 하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다. 디그스는 경기 후 "원래 터치다운에 성공했을 때 하려고 했는데 경기에서 크게 이기고 있어서 그냥 하게 됐다. '오징어 게임'을 따라 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버펄로는 당시 경기에서 휴스턴을 40-0으로 대파했다.
'오징어 게임'에 매혹된 디그스는 지난 11일 캔자스시티 치프스전에선 '오징어 게임' 맞춤 제작 신발을 신고 경기에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한쪽 신발에는 이정재와 정호연, 오영수 등 '오징어 게임' 주인공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반대쪽 신발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등장한 영희 인형이 새겨져 있고, 한글로 '오징어 게임'이 또렷하게 쓰여 있다. 디그스는 리그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스타 와이드 리시버다. 디그스의 인기와 맞물려 '오징어 게임'이 다시 화제가 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