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에 더해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택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이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중국 내외에 확산하고 있다.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인 룽후그룹홀딩스는 지난 9월 주택계약 매출이 작년동기 대비 33% 급감한 31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화룬부동산의 지난달 계약매출도 23%나 감소했다. 중국 밖에서도 유명한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완커마저 지난달 주택 계약 매출이 34%나 줄었다.
이번 사태의 진앙지 격인 헝다그룹은 아직 지난달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14일 자사에 관한 언론 보도를 해명하는 성명에서 ‘주택 계약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WSJ은 “하반기 들어 중국이 경기둔화 추세에 빠진 상황에서 특히 헝다그룹의 디폴트 우려가 주택 구매자의 불안심리를 키운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도 역시 주택의 선분양제도를 갖고 있어 구매자들이 시공업체의 파산설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위탄 모닝스타 수석 자산 분석가는 “주택 판매 둔화는 부분적으로 대출에 대한 정부의 강화된 정책과 주택 구입자들 사이의 신뢰 약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부동산과 건설 부분이 최근 몇년 간의 중국 경제성장을 이끌었으며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둔화세를 키우고 결국 정부와 가계의 재정상태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방정부 재정의 30%는 토지판매 수입에서 얻는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도 “지난 2018년 기준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GDP의 23%를 차지했을 정도로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내년에 토지와 부동산 판매가 각각 15%와 5% 감소할 경우 GDP에 1.4% 역성장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부동산 분야의 개발·운영·거래·관리·금융 관련 기업·기관 등이 속한 전국 규모 단체인 중국 부동산업협회가 오는 15일 베이징에서 업계 좌담회를 열기로 했다. 그동안 거품을 막기위한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어려움에 겪게 했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에 본부를 둔 이쥐 부동산연구원의 옌웨진 연구이사는 “지난달 인민은행 좌담회에 이어 부동산 관리 당국의 관심을 보여준다”며 “ 시장 측면에서는 ‘과열 방지’에서 ‘과도한 냉각 방지’로, 기업 측면에서는 ‘제약 강화’에서 ‘지원 강화’로, 금융 측면에서는 ‘거품 방지’에서 ‘채무위험 방지’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