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는 물류비 상승, 반도체 부족 등 글로벌 공급망(GVC) 불안이 계속될 경우 내년까지 물류난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당장 생존 위기에 내몰린 중소 업계를 살리기 위한 세제·금융 지원과 더불어 공급처 다변화, 노동 유연성 강화 등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경제가 13일 자동차산업협회(KAMA)·반도체산업협회·해운협회·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최근 공급망 이슈의 중심에 선 주요 협회를 대상으로 한 긴급 진단에서 산업계는 이번 위기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는 동시에 대상·시기별 맞춤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수출하고 싶어도 배를 구하지 못할 만큼 극심한 공급 부족을 겪는 해상운송 부문은 새로 만든 배가 투입되는 내년 하반기까지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김영무 해운협회 부회장은 “선복량(배에 싣는 화물 총량) 부족에 운임이 뛰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중국에 선박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 항만을 패싱하는 대형 정기 선사들이 늘면서 북미·유럽 수출 업체들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품귀와 중국 전력난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 하락, 원자재가 폭등은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더 큰 압박을 주고 있다. 김주홍 KAMA 상무는 “완성차 업체가 공장을 며칠 닫으면 부품 공장은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한다”며 “정부는 핵심 기술 내재화를 위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기현 반도체협회 전무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업체에 대한 수입관세 감면 등 지원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물류난이 계속되자 세계 최대 컨테이너 운송 회사인 머스크는 항로까지 변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머스크는 기존 펠릭스토항으로 향하던 자사 컨테이너선 일부의 항로를 바꿨다. 펠릭스토는 영국 화물 운송의 36%를 취급하는 영국 최대 컨테이너 항구다. 트럭 운전사 등 운송 인력 부족으로 하역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머스크 관계자는 “컨테이너를 내릴 공간이 없어 컨테이너선 2만 척 중 일부가 펠릭스토항 외곽에서 4~7일 대기했다”며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다른 항구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