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출산·육아때문에…男보다 적은 女임금, 노동구조가 문제다

■커리어 그리고 가정-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생각의힘 펴냄

대학·입사 성적 우월한 여성도

생애 주기마다 男과 소득 격차

10년 지나면 상당 수준 벌어져

일 많이 할수록 소득 오르는 구조

출산·육아책임 지워진 여성에 타격

유연 근무·사회적 돌봄 지원돼야





미국 앨리배마주에 살던 릴리 맥대니얼은 타이어 회사 굿이어의 첫 여성 관리자로 채용됐다. 이후 성적 모욕과 괴롭힘에도 20년 넘게 꿋꿋이 회사생활을 이어간 그는 어느 날 자신이 남성 동료들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회사와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다. 그와 같은 해에 입사한 남성 관리자들은 15~40%의 임금을 더 받고 있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에서 릴리는 최종 패소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9년, 미 의회에서 그의 이름을 딴 법이 상하원을 통과했다. '릴리 레드베터 공정 임금 복원법'의 탄생 배경이다. 오랜 기간 임금 차별에 시달려온 여성들이 회사를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법이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는 일터에서 드러나는 노골적인 성차별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꼽힌다.

릴리 레드베터법이 생겨난 지 10여 년.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사례가 목격된다. 오늘날 대학을 나온 여성 대부분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같은 대학을 졸업한 남성에 비하면 소득과 승진에서 한참 뒤처진다. 여성들이 대학 교육을 받는 것조차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남성보다 더 많은 여성이 대학을 졸업하고, 학업 성적도 훨씬 뛰어나며,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여성들이 더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성별 소득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가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서 성별 소득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성별 소득 격차를 추격하기 위해 지난 100여 년 간 미국의 대졸 여성들을 다섯 세대로 나눠 분석한 결과, 여성 경력단절의 원인이기도 한 출산을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여성과 남성의 소득은 생애 주기에서 주요 분기점을 거치면서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여성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소득에 큰 타격을 입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 여성은 결혼이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니 남성 대비 여성의 소득 비율은 대학 졸업 이후로 계속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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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학 졸업 직후에는 여성과 남성의 임금 수준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대학을 막 졸업했거나 MBA 학위를 취득하고 직장에서 1, 2년 차 정도 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별 소득 격차가 작은 편이고, 성별보다는 저마다 대학에서 선택한 전공이나 취업 분야로 그 차이가 대부분 설명된다. 여성과 남성이 거의 동일한 출발선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졸업 후 10년 정도가 지나면 남녀 사이에 상당한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변화는 대게 아이가 태어나고 1~2년 사이에 나타나기 시작된다. 저자는 출산은 언제나 여성의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시간 외 근무와 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하고, 저녁시간과 늦은 밤에도 일에 시간을 쏟아붓는 사람들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도 문제다. 이는 가구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부부간 공평성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부부간의 공평성이 버려지면 성평등도 함께 버려진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성별 역할 규범은 육아의 책임을 엄마에게 더 지우고,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의 책임을 장성한 딸에게 더 지우는 식으로 한층 더 강화된다.

저자는 이사회에서 여성 임원 수를 늘리고 일부 진보적인 업계에서 남성 임원이 육아 휴직을 쓰는 등의 해법은 흑사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반창고를 내미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대응은 지금까지도 그랬 듯이 앞으로도 젠더 불평등의 완전한 해법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녀 간 소득 격차는 커리어 격차의 결과이고, 커리어 격차는 부부간 공평성이 깨지는 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별 소득 격차는 여성과 남성의 젠더 갈등과 성평등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성장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노동력의 절반을 여성이 차지하는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일을 못하게 된다면 이는 개인의 손실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경제·사회적인 손실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해결책으로 저자는 노동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별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유연한 일자리가 더 늘어나고, 그 일자리가 더 생산적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돌봄 제공자들이 경제에 더 생산적인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차원에서 돌봄을 지원하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2만2,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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