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구속 여부가 14일 판가름이 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기로에 놓였다. 검찰은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김 씨의 신병까지 확보할 경우 ‘50억 클럽’, 이른바 ‘그분’ 의혹 등 정관계 로비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남욱 변호사까지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기존 수사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지난 11일 김 씨를 불러 조사한 뒤 사흘 만이다. 검찰은 소환 다음 날인 12일 김 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구속영장에는 김 씨와 유 전 본부장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100억 원대의 손해를 입힌 공범으로 적시했다. 화천대유가 곽상도 국회의원(무소속)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50억 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또 김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도움을 받은 대가로 개발 수익의 25%가량인 700억 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올해 초 5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김 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에 앞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다 부인한다”고 밝혔다. 또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등장한 ‘그분’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며 “천화동인 1호는 제가 주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계는 없고 한 번 인터뷰차 만나봤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씨의 구속 여부 결과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녹취록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유 전 본부장, 김 씨, 정 회계사 등 사이 대화에 ‘50억 클럽’이나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발언 등 로비나 윗선 존재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녹취록에 대한 법원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가 김 씨 구속영장 발부, 정관계 로비 수사에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증거 능력 불인정→혐의 소명 부족→영장 기각’이면 그동안의 수사 등 공든 탑이 무너진다. 유 전 본부장, 김 씨 신병 확보에 이어 남 변호사까지 소환 조사해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 실체를 밝힌다는 수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선임한 대형 로펌 측과 구체적인 입국 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