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어긴 유통사에 부과하는 과징금 기준액을 최대 1억 원 높였다. 쿠팡처럼 과징금을 대거 감액 받아 ‘봐주기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감액 기준도 합리화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 고시 개정안을 다음 달 3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 등에 비해 낮았던 대규모유통업법의 과징금 부과 기준 금액을 다른 법과 동일하게 조정했다. 고시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대규모유통업법상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과징금 부과 기준 금액은 기존 3억~5억 원에서 4억~5억 원으로 상향했다. ‘중대한 위반행위’ 과징금 기준 금액은 기존 1억~3억 원에서 2억~4억 원으로,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 과징금 기준 금액은 기존 1,000만~1억 원에서 500만~2억 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개정안은 법 위반 사업자의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경우 과징금을 50% 초과해 감액하도록 한 기존 규정도 바꿔 과징금 감액 없이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때만 과징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이는 과징금을 상당 부분 감액 받은 쿠팡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쿠팡은 자사 최저가 보장 정책에 따른 마진 손실을 줄이려 납품 업체에 ‘다른 플랫폼 판매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해 지난 8월 과징금 32억 9,7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애초 이보다 큰 과징금이 예상됐지만 쿠팡의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 절반 넘게 감액을 받자 ‘봐주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공정위는 올 들어 대형 유통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형 유통 업체가 물건을 직매입한 뒤 60일 내 대금을 지급하고 지연 시 이자를 내도록 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납품 업체가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대형 유통 업체가 물건을 반품하려면 기한·절차·비용 부담 등의 조건을 사전에 정하게 하는 반품 지침을 시행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롯데쇼핑(롯데프리미엄아울렛 운영사)·현대백화점(현대아울렛)·신세계싸이먼(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을 현장 조사한 데 이어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이마트24도 조사한 바 있다.